[msv. letter] no.39 뮤지엄 넥스트 : 이 시대 뮤지엄이 나아가야 할 방향




Meet Social Value,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뮤지엄은 문화, 예술, 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의 발전과 교육을 위한 장소입니다. MSV에서는 올해 초 장애아동들을 위한 포용적인 프로그램을 조사하며 해외 뮤지엄의 사례에 주목하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놀이가 풍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뮤지엄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 플로리다의 글레이저 칠드런스 뮤지엄 Glazer Children's Museum, 런던의 호니먼 뮤지엄 Horniman Museum and Gardens, 뉴욕 교통 박물관 Newyork Transit Museum,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킹스 캐년 국립공원 Sequoia&Kings Canyon National Park 의 담당자들을 인터뷰 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 뉴욕 교통 박물관 인터뷰와 포용적인 프로그램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아래 글은 MSV<Play>호 일부를 편집하여 제작되었습니다.


뮤지엄은 문화, 예술, 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의 발전과 교육을 위한 장소인 동시에, 모두를 위한 공간 구성과 문화예술 접근성을 고민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 ©Daniel Müller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손 끝으로 느끼는 터치 투어
Touch Tour

 

18세기 철학자 J. G. 헤르더는 인간이 조각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촉각적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V&A MUSEUM은 이런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터치 투어를 진행해왔다. 시각장애를 가진 방문자를 위해 별도로 진행되는 투어도 있고,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촉각으로 미술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구역도 있다.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은 지난 30년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Victoria & Albert Museum, London




뉴욕 현대미술관 :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 비평 프로그램,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가까이 살펴보면, 검은색 머리카락 군데군데에 갈색과 초록색이 감돌며, 인물의 윤곽선 색도 진한 검정부터 회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전체적인 색깔은 무광이며 드물게 광택이 나기도 합니다.” 뉴욕현대미술관 MoMA가 제공하는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의 작품, ‘춤 The Dance’의 시각적 설명 Visual Descriptions 중 일부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장애를 가진 방문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는 시각장애를 가진 성인을 위해 기획된 미술 감상 및 비평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먼저 전문가 설명을 듣고 작품을 감상한 후 함께 비평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월 새로운 주제와 다양한 작품들이 선정된다. 한 폭의 그림은 그 자체로 울림을 주기도 하지만 각자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일부 작품의 텍스트 설명은 뉴욕현대미술관 MoMA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며 음성 설명도 한국어를 포함한 10개의 언어로 들을 수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치매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각각 제공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MoMa




미시간대학교 디어본 :
청각에만 집중하는 조류관찰 모임
Birding by Ear and Beyond

 

2010년 미시간대학교 디어본 University of Michigan-Dearborn에서 도나포손트DonnaPosont가 이끄는 월례 조류관찰 모임이 시작되었다. 이 모임만의 차별점은 바로 ‘시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참가자들은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새소리를 구분하는 법과 새의 서식지, 이주 방식, 생활습관까지 배운다. 모임의 리더 인도 나는 1974년 생물학을 공부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이 과학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쉰 살이 되었을 때도 나는 자연을 연구하고 이를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공유하겠다는 마음을 안고 학교로 돌아갔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인 환경연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조류관찰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사람과 자연이 가까워지는 방식은 결코 한정적이지 않다.

미시간대학교 디어본에서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조류 관찰 모임에서는 시각 대신 청각으로 새들의 소리와 습성을 탐구한다. ©University of Michigan-Dearborn




댈러스 뮤지엄 :
장소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불안감을 낮추는 소셜 스토리
Social Story


댈러스 뮤지엄Dallas Museum은 감각조절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미술관 방문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가이드를 제공한다. 평소 루틴과 다른 하루를 보낼 때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들은 그림 자료를 보면서 미술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이해하고, 그때마다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등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댈러스 미술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도 미술관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문에 앞서 일러스트레이션 가이드를 미리 제공한다. ©Dallas Museum of Art




덴버 식물원 : 
감각 과부하를 경험하는 
자폐성장애 아이들을 위한 키트
Sensory Processing and Autism Resource Kits

 

덴버 식물원Denver Botanic Garden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방문객을 위해 감각처리 키트 S.P.A.R.K.를 무료로 제공한다. 콜로라도 자폐 협회Autism Society of Colorado와 자폐증 용품 전문 브랜드인 어티즘 커뮤니티 스토어Autism Community Store와 협력해 디자인한 키트이다. 키트는 피젯 장난감Fidget Toy[1]로도 사용할 수 있는 수동 미니 선풍기와 진정효과가 있는 무거운 무릎 담요Weighted Lap Pad 등으로 구성돼 있다.

[1] 피젯fidget이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 피젯 토이fidget toy는 손가락을 움직여 가지고 놀 수 있는 작은 장난감으로, 자폐증 장애가 있는 사람의 불안증과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감각 과부하를 자주 경험하는 자폐 아동을 위해 덴버 식물원에서는 감각처리 키트가 무료로 제공된다.
©Denver Botanic Garden




뉴욕 교통박물관 :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
Subway Sleuth


박물관이 문을 닫는 오후 4시, 뉴욕 교통박물관의 방과후 탐정 교실이 시작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지하철’은 꾸준한 사랑을 받은 주제였다. 폐쇄된 지하철역을 개조해 만든 교통박물관 또한 많은 아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매주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지켜보던 박물관 측은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 자폐성 장애 연구자, 언어치료사와 함께 지하철 탐정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20세기 빈티지 지하철 사이를 누비는 스파이가 되기도 하고, 무전기를 사용하는 기관사가 되기도 한다. “이 구간에서는 걸어 다니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일반열차 운행구간입니다”라고 하면 정신없이 뛰던 아이들도 귀를 쫑긋 세운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어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된 이 프로그램은 아이의 자발성과 주도성을 반영한 놀이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위한 뉴욕 교통 박물관 방과후 프로그램은 2012년부터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펜데믹 기간 중에는 온라인으로 운영됐으나 최근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일부 재개되었다. ©New York Transit Museum




MSV INTERVIEW
사라톰슨Sara Thomson


뉴욕 교통 박물관 접근성 매니저
Special Education and Access Manager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빈티지 기차를 마음껏 만져볼 수 있다. ©New York Transit Museum


뉴욕교통박물관의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지하철과 대중교통에 열정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중에는 신경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았죠. 뉴욕 교통 박물관의 기존 전시 내용과 작품에 이미 깊이 공감하는 분들이셨어요.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2012년에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을 열게 되었습니다. 언어치료사, 자폐증을 연구하는 사람, 신경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기획할 때부터 참가자들 와 부모의 기대가 컸고,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참가하는 아이들의 사회성 수준과 소통능력에 맞추어 알맞은 프로그램에 배정한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를 알고싶어요. 

우리의 프로그램이 모든 참여자에게 유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비슷한 수준의 사회성과 소통 능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이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그래서 참가지원서에 아이들의 특징을 자세히 적어 달라고합니다.


신경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할까요? 

구성의 짜임새도 중요하지만 세션 스케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별도로 갖고,다음 활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어야 하고요.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참가자들이 놀라지 않게 모든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동시에 융통성도 필요해요. 예상치 못하게 일정이 틀어지는 날들이 분명히 있으니 늘 계획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 두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알맞게 세션의 방향을 수정해야 해요.

아이들이 기차를 직접 디자인하는 시간도 가진다.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New York Transit Museum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은 어떤식으로 진행되나요? 

특수교육 선생님, 언어치료사, 박물관 교육담당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약 6명의 아이들이 10번의 소그룹 세션에 참가합니다.아이들이 박물관 건물 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박물관이 폐장한 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요. 세션 하나 당 3개의 놀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창작놀이, 카드게임, 움직임 놀이 같은 것을 주로 하죠. 자유시간은 따로 없지만 버스에서 역할놀이를 한다거나 각자 박물관을 둘러보는 식으로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갖기도 해요. 가끔은 아이들이 직접 원하는 세션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참가한 학생들과 부모, 커뮤니티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커뮤니티가 우리 프로그램을 늘 지지해요. 각종 단체에 초청돼서 저희 프로그램을 설명하기도 했고요. 학생들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해요.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세션 중에도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거기에 맞춰 다음 세션을 준비하죠.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피드백을 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어느 보호자분이 설문조사에서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은 대중교통 시스템 마니아인 우리 아이에게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안전한 공간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뉴욕의 지하철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일상의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이 시작된지 10년이 지났어요.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재정 지원도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태프트 파운데이션 Taft Foundation과 에프에이알펀드 FAR Fund 등 장기 후원자들 덕분에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 초창기부터 함께 일해 온 각 분야 전문가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고요. 지금도 프로그램 설계, 콘텐츠 구성, 내용 평가 등에서 이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죠. 직원들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에요.박물관 스태프 모두가 신경 발달장애가 있는 방문객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고 있어요. 덕분에 지하철 탐정 프로그램 참여자뿐만 아니라 모든 방문자에게 수준 높은 프로그램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전문은 MSV 3호 <Play>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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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들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전달 드립니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Design for Social Value'와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 그리고 '접근성Accessibilit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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