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 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에디터 김병수 미션잇 대표
이번 호부터는 매거진 msv의 세번째 주제인 *<Play> 호에서 다룰 아동의 놀이와 관련하여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목받지 못했던 '장애 아동들의 놀이 권리'와 장애 아동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놀이와 놀이 공간'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만났으며, 장애 아동의 놀이하는 모습들을 실제로 관찰하면서 부모님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Play>호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의 통합적인 놀이, 놀이공간 등 우리 아이들의 놀이권에 대한 평등과, 건강한 놀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모색합니다
여러분은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본적이 있나요? 혹은 같이 놀아본 경험이 있나요? 이번 호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고려하여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놀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들까지 깊이 있게 생각한다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간 디자인만 개선된다고 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식, 제도 많은 것들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부터 이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전달드리겠습니다.
Q. 놀이는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EUS+ Architects 서민우 건축가 ㅣ
아이들은 놀이가 전부이죠. 저희 아이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과정만 봐도 학교에서 어떻게 재밌게 노느냐가 중요하지, 산수와 영어를 얼마큼 더 배우는가는 중요한 목표가 아니었었던 것 같아요. 단편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놀면서 배우는 사회성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죠. 그래서 놀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EUS+ Architects 지정우 건축가 ㅣ
같은 의미로 아이들의 생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놀이가 아닌 것과 놀이를 구분하는 것이 강해져서, 어른들의 관점에서 놀이가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고 결국 놀이터가 소외되고, 만들어지면 되려 아이들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경제력이 있는 어른들의 생활공간은 넓어지지만, 아이들은 어른이 제공해 주지 않으면 어렵죠. 이미 거기서 위계관계가 발생하고, 아이들의 놀이는 공부와 별개인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면서 제약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전부다 아이들의 삶 자체로 중요한데 말이죠.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이혜연 고문 ㅣ
아동에게 있어서 놀이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발달의 권리예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지적인 자극이나 사회 활동의 경험, 아이들 평생에 배워야 할 것들의 80% 정도에 가까운 내용을 놀이를 통해 굉장히 많이 습득을 하잖아요. 심지어는 모든 교육 시스템 자체도 놀이 과정 위주로 해서 진행하고 있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교육과정도 놀이를 통한 인지 자극 등으로 발전하고 있죠. 그렇게 본다면 그전의 부모 세대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발달 권리를 많이 빼앗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들어서는 '어떤 놀이 방법을 제안한다' 라는 것 자체가 틀을 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들 각자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가고, 또 생겨나게 하는 과정을 좀 더 관점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란 무엇일까요?
조경작업소울 김연금 소장 ㅣ
좋은 놀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놀이라는 건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아이 본인이 시작해서 자기가 흥미 있고, 자기 의지에 의해서 하는 것이죠. 자기의 의지대로 놀 기 위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해요. 좋은 놀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들이 보장되는 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희가 좋은 놀이나 나쁜 놀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놀이를 방해할 것인지 방해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트램펄린을 타는 게 그렇게 장려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놀이터에서 트램펄린만 타지 않거든요. 트램펄린 타다가 다른 것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요. 그런데 충분한 시간이 없으면 트램펄린만 타고 가게 돼요. 그런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요.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과 친구를 줘야, 놀이라는 게 제대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놀이공간은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서진학교 1학년 요엘이의 엄마 이주연 ㅣ
저희 아이는 지금 뇌전증이랑 뇌병변 장애가 같이 있고, 청각 장애도 어렸을 때부터 동반했던 거라 대근육 발달이 조금 느려서 아직 잘 못 걷거든요. 발목 보조기를 차고 있고, 워커를 사용해서 조금씩 걷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직 흙이나 돌, 나뭇가지, 벌레 같은 걸 잡으면 입으로 가져가는 단계거든요. 그러다보니 큰 아이 같은 경우는 밖에 나가서 개미만 봐도 놀이가 되고 공부가 되는데, 작은 아이는 우선 다 입으로 들어가니까 실내 공간이 조금 더 편하고 긍정적인 경험이 있는 편이에요. 실외에서는 우리 아이가 아직 물리적으로 못 서고 독립보행이 안되다 보니까 잘 놀지 못하는데, 실내 키즈카페에서는 트램펄린을 타고 신기한 장난감이 있으면 가지고 놀기도 하고요. 아이가 뭘 잡고 일어서서 걷는 모습은 집에서 못 봤던 모습들이니까 좋더라고요.
서진학교 1학년 태율이의 엄마 강정아ㅣ
저희 아이의 경우에 실내에는 감각 자극이 많으니까 아이가 감각 방어를 하기 바빠요. 좋아하는 곳에 가도 모르는 공간에선 소리를 내고 뛰어다니느라 뭔가를 하질 못하죠. 그렇지만 야외 같은 경우에는 바람이 불고 뻥 뚫려 있는 공간이잖아요. 거기에 이제 원목 그네 같은 게 있으면 그네에 앉아서 바람을 느껴요. 행복해, 라는 말도 하고요. 개화산 정상이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아이가 원래 등산을 싫어했는데도 한 번 갔다 오더니 그 길을 외워서 되게 빨리 가더라고요. 봤더니 거기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뻥 뚫려 있고, 한강이 보이고, 그네가 있고, 바람이 불고. 여유 있고, 솔솔 부는 바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채광도 중요하고요. 치료실도 사방이 다 막힌 곳보다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넓고 시원한 공간을 좋아해요.
물론 실외도 아이가 좋아하는 실외일 때에 좋아해요. 점점 커갈수록 감각도 같이 자라서 모르는 곳에 갔을 때, 아이의 불안이 너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자폐 성향이 있는 친구들이 감각적인 걸 굉장히 크게 느끼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땐, 감각 방어 때문에 내가 여기서 뭐가 있는 걸 인지하는 것보다 본인이 소리를 지르거나 해서 들어오는 외부 소리를 막아요. 그래도 요샌 유튜브에 공간 소개 영상을 많이 올려주시잖아요. 그래서 이젠 그곳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여길 갈 거라고 미리 알려주는 편이에요. 사진도 많이 보여주고요. 그러면 조금 괜찮지만 사람이 많거나 여러 소리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힘들어한다는 게 느껴져요.
Q.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놀이터에 나가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임신화 이사장ㅣ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존과도 같은 거죠.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분명 비장애 아이들이랑 장애 아이들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차별이라는 게 외부에서 오는 차별도 많이 존재하지만, 부모로서 내 아이를 먼저 제한하고 노출시키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아서 놀이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은 거 같아요. 저만 해도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 때, 아이가 기다리지 못하고 순서를 지키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어요. 그런 건 조금 더 연습을 시키면 아이가 분명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한두 번 가서 시도하기에 제가 너무 힘든 거죠. 제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아이에게서 박탈하는 거고, 그러다 보면 더더욱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아서 놀이의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했던 적이 많은 거 같아요.
Q. 놀이터의 현재는 어떤가요?
EUS+ Architects 지정우 건축가 ㅣ
얼마 전, 1970년대 초반 여의도 시범 단지가 만들어졌을 때의 조감도를 서울 역사 박물관에 가서 봤어요. 한가운데 놀이터가 놓여 있었고요. 요즘은 잘 안 보이지만, 뱅글뱅글 도는 기구와 로켓처럼 되어 있어서 올라갈 수 있는 미끄럼틀 같은 70년대엔 익숙했던. 그 놀이터가 90년대, 2000년대, 2020년대 단지 내 아파트 놀이터로 발전이 된 건데, 조경이 조금 더 고급화되었을 뿐이지 단지 안에 놀이터는 똑같아요. 단지에 있는 어른들 혹은 아이들이 노는 문화로 바뀌었을 뿐이고요.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디자인 안됐어요. 산업의 결과물로 똑같이 세팅만 됐을 뿐, 왜냐하면 아파트 단지가 중요하거든요. 이건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골목길에 있는 놀이터도 디자인되지 않았어요. 똑같은 관점으로 세팅하고 끝난 거죠. 그래서 이제 놀이터를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실제 사용자인 아이들과 그 마음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해서, 노력하는 디자인으로 한발 앞서가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EUS+ Architects 서민우 건축가 ㅣ
그동안은 어른의 개입이 최대화로 이어져 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개입이 최소화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같아요. 아파트라는 문화가 없어져야 놀이터에 관한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어른들의 틀에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항목으로 놀이터 공간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이 단지에 안 사는 아이들은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오면 안 돼. 이런 문제를 만드는 것도 어른들이고. 결국 아파트 단지라는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 놀이터라는 영역, 공부하는 영역 등을 구분을 지어서, 지시적인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공터, 논두렁 밭두렁이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건데, 정말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게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돼야 하는지를 어른들이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 놀면 어떤 것들이 좋을까요?
소통과지원연구소 특수교육전문가 정유진 ㅣ
부모님들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다, 또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없다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정작 아이들의 놀이는 그룹으로 구분해서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파트너로 만나, 다양한 변수 발생의 여지를 두는 것뿐이에요.
저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것 자체가 큰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고, 우리 아이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죠. 아이들뿐 아니라 교육하고 지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도 비슷한 아이들만 보기보다는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 성장할 기회도 많아지고, 여러 방법을 가르치면서 소개하고, 놀이의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 더욱 능수능란해지겠죠. 그래서 전 우리 아이들에게 다 좋은 영향이 가게 된다고 생각해요.
인종이 다른 것처럼, 다양성의 문제지 장애와 비장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기준보다는 아이들 입장에서 다양한 친구를 다 만나는 환경에 조금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놀이는 아이들의 기본 권리로 장애 유무 등 신체적 능력과 관계 없이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서진학교 1학년 김요엘, 포토그래퍼 ㅣ 이지은
< msv. letter no.2 포용력 있는 도시를 위한 디자인 : 놀이터 편>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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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 소식
PLAY for All 전시 안내
모두를 위한 놀이 Play for All 전시는 아동의 놀이권, 특히 놀이 공간에서 소외받았던 장애 아동들 에게 필요한 놀이에 주목한다.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후 아동의 놀이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나, 장애 아동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 다. 그러나 놀이는 아이들의 기본 권리로 장애 유무 등 신체적 능력과 관계 없이 공평하게 제공 되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가지 화두를 던진다. 주목받지 못했던 장애 아동들의 놀이 권리와 장애 아동 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다. 또한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조화로운 공간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부모들, 비장 애 아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을 기대한다.
전시 공간을 구하고 있습니다
PLAY for All 전시는 현재 몇몇 기관과 협의 중이기는 하나 연말 여러 일정들이 겹쳐 전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놀이 조형물의 시안이 완성되었고 다큐멘터리 영상과 전시에 들어갈 내용들이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구독자분들 중 60평 내외의 전시 공간 대여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hello@missionit.co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년 재현씨의 손글씨입니다.
에디터 김병수 미션잇 대표
이번 호부터는 매거진 msv의 세번째 주제인 *<Play> 호에서 다룰 아동의 놀이와 관련하여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목받지 못했던 '장애 아동들의 놀이 권리'와 장애 아동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놀이와 놀이 공간'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만났으며, 장애 아동의 놀이하는 모습들을 실제로 관찰하면서 부모님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Play>호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의 통합적인 놀이, 놀이공간 등 우리 아이들의 놀이권에 대한 평등과, 건강한 놀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모색합니다
여러분은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본적이 있나요? 혹은 같이 놀아본 경험이 있나요? 이번 호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고려하여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놀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들까지 깊이 있게 생각한다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간 디자인만 개선된다고 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식, 제도 많은 것들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부터 이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전달드리겠습니다.
Q. 놀이는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EUS+ Architects 서민우 건축가 ㅣ
아이들은 놀이가 전부이죠. 저희 아이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과정만 봐도 학교에서 어떻게 재밌게 노느냐가 중요하지, 산수와 영어를 얼마큼 더 배우는가는 중요한 목표가 아니었었던 것 같아요. 단편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놀면서 배우는 사회성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죠. 그래서 놀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EUS+ Architects 지정우 건축가 ㅣ
같은 의미로 아이들의 생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놀이가 아닌 것과 놀이를 구분하는 것이 강해져서, 어른들의 관점에서 놀이가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고 결국 놀이터가 소외되고, 만들어지면 되려 아이들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경제력이 있는 어른들의 생활공간은 넓어지지만, 아이들은 어른이 제공해 주지 않으면 어렵죠. 이미 거기서 위계관계가 발생하고, 아이들의 놀이는 공부와 별개인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면서 제약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전부다 아이들의 삶 자체로 중요한데 말이죠.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이혜연 고문 ㅣ
아동에게 있어서 놀이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발달의 권리예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지적인 자극이나 사회 활동의 경험, 아이들 평생에 배워야 할 것들의 80% 정도에 가까운 내용을 놀이를 통해 굉장히 많이 습득을 하잖아요. 심지어는 모든 교육 시스템 자체도 놀이 과정 위주로 해서 진행하고 있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교육과정도 놀이를 통한 인지 자극 등으로 발전하고 있죠. 그렇게 본다면 그전의 부모 세대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발달 권리를 많이 빼앗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들어서는 '어떤 놀이 방법을 제안한다' 라는 것 자체가 틀을 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들 각자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가고, 또 생겨나게 하는 과정을 좀 더 관점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란 무엇일까요?
조경작업소울 김연금 소장 ㅣ
좋은 놀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놀이라는 건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아이 본인이 시작해서 자기가 흥미 있고, 자기 의지에 의해서 하는 것이죠. 자기의 의지대로 놀 기 위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해요. 좋은 놀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들이 보장되는 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희가 좋은 놀이나 나쁜 놀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놀이를 방해할 것인지 방해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트램펄린을 타는 게 그렇게 장려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놀이터에서 트램펄린만 타지 않거든요. 트램펄린 타다가 다른 것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요. 그런데 충분한 시간이 없으면 트램펄린만 타고 가게 돼요. 그런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요.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과 친구를 줘야, 놀이라는 게 제대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놀이공간은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서진학교 1학년 요엘이의 엄마 이주연 ㅣ
저희 아이는 지금 뇌전증이랑 뇌병변 장애가 같이 있고, 청각 장애도 어렸을 때부터 동반했던 거라 대근육 발달이 조금 느려서 아직 잘 못 걷거든요. 발목 보조기를 차고 있고, 워커를 사용해서 조금씩 걷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직 흙이나 돌, 나뭇가지, 벌레 같은 걸 잡으면 입으로 가져가는 단계거든요. 그러다보니 큰 아이 같은 경우는 밖에 나가서 개미만 봐도 놀이가 되고 공부가 되는데, 작은 아이는 우선 다 입으로 들어가니까 실내 공간이 조금 더 편하고 긍정적인 경험이 있는 편이에요. 실외에서는 우리 아이가 아직 물리적으로 못 서고 독립보행이 안되다 보니까 잘 놀지 못하는데, 실내 키즈카페에서는 트램펄린을 타고 신기한 장난감이 있으면 가지고 놀기도 하고요. 아이가 뭘 잡고 일어서서 걷는 모습은 집에서 못 봤던 모습들이니까 좋더라고요.
서진학교 1학년 태율이의 엄마 강정아ㅣ
저희 아이의 경우에 실내에는 감각 자극이 많으니까 아이가 감각 방어를 하기 바빠요. 좋아하는 곳에 가도 모르는 공간에선 소리를 내고 뛰어다니느라 뭔가를 하질 못하죠. 그렇지만 야외 같은 경우에는 바람이 불고 뻥 뚫려 있는 공간이잖아요. 거기에 이제 원목 그네 같은 게 있으면 그네에 앉아서 바람을 느껴요. 행복해, 라는 말도 하고요. 개화산 정상이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아이가 원래 등산을 싫어했는데도 한 번 갔다 오더니 그 길을 외워서 되게 빨리 가더라고요. 봤더니 거기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뻥 뚫려 있고, 한강이 보이고, 그네가 있고, 바람이 불고. 여유 있고, 솔솔 부는 바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채광도 중요하고요. 치료실도 사방이 다 막힌 곳보다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넓고 시원한 공간을 좋아해요.
물론 실외도 아이가 좋아하는 실외일 때에 좋아해요. 점점 커갈수록 감각도 같이 자라서 모르는 곳에 갔을 때, 아이의 불안이 너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자폐 성향이 있는 친구들이 감각적인 걸 굉장히 크게 느끼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땐, 감각 방어 때문에 내가 여기서 뭐가 있는 걸 인지하는 것보다 본인이 소리를 지르거나 해서 들어오는 외부 소리를 막아요. 그래도 요샌 유튜브에 공간 소개 영상을 많이 올려주시잖아요. 그래서 이젠 그곳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여길 갈 거라고 미리 알려주는 편이에요. 사진도 많이 보여주고요. 그러면 조금 괜찮지만 사람이 많거나 여러 소리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힘들어한다는 게 느껴져요.
Q.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놀이터에 나가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임신화 이사장ㅣ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존과도 같은 거죠.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분명 비장애 아이들이랑 장애 아이들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차별이라는 게 외부에서 오는 차별도 많이 존재하지만, 부모로서 내 아이를 먼저 제한하고 노출시키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아서 놀이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은 거 같아요. 저만 해도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 때, 아이가 기다리지 못하고 순서를 지키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어요. 그런 건 조금 더 연습을 시키면 아이가 분명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한두 번 가서 시도하기에 제가 너무 힘든 거죠. 제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아이에게서 박탈하는 거고, 그러다 보면 더더욱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들이 많아서 놀이의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했던 적이 많은 거 같아요.
Q. 놀이터의 현재는 어떤가요?
EUS+ Architects 지정우 건축가 ㅣ
얼마 전, 1970년대 초반 여의도 시범 단지가 만들어졌을 때의 조감도를 서울 역사 박물관에 가서 봤어요. 한가운데 놀이터가 놓여 있었고요. 요즘은 잘 안 보이지만, 뱅글뱅글 도는 기구와 로켓처럼 되어 있어서 올라갈 수 있는 미끄럼틀 같은 70년대엔 익숙했던. 그 놀이터가 90년대, 2000년대, 2020년대 단지 내 아파트 놀이터로 발전이 된 건데, 조경이 조금 더 고급화되었을 뿐이지 단지 안에 놀이터는 똑같아요. 단지에 있는 어른들 혹은 아이들이 노는 문화로 바뀌었을 뿐이고요.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디자인 안됐어요. 산업의 결과물로 똑같이 세팅만 됐을 뿐, 왜냐하면 아파트 단지가 중요하거든요. 이건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골목길에 있는 놀이터도 디자인되지 않았어요. 똑같은 관점으로 세팅하고 끝난 거죠. 그래서 이제 놀이터를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실제 사용자인 아이들과 그 마음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해서, 노력하는 디자인으로 한발 앞서가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EUS+ Architects 서민우 건축가 ㅣ
그동안은 어른의 개입이 최대화로 이어져 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개입이 최소화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같아요. 아파트라는 문화가 없어져야 놀이터에 관한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어른들의 틀에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항목으로 놀이터 공간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이 단지에 안 사는 아이들은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오면 안 돼. 이런 문제를 만드는 것도 어른들이고. 결국 아파트 단지라는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 놀이터라는 영역, 공부하는 영역 등을 구분을 지어서, 지시적인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공터, 논두렁 밭두렁이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건데, 정말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게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돼야 하는지를 어른들이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 놀면 어떤 것들이 좋을까요?
소통과지원연구소 특수교육전문가 정유진 ㅣ
부모님들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다, 또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없다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정작 아이들의 놀이는 그룹으로 구분해서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파트너로 만나, 다양한 변수 발생의 여지를 두는 것뿐이에요.
저는 여러 가지 상황을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것 자체가 큰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고, 우리 아이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죠. 아이들뿐 아니라 교육하고 지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도 비슷한 아이들만 보기보다는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 성장할 기회도 많아지고, 여러 방법을 가르치면서 소개하고, 놀이의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 더욱 능수능란해지겠죠. 그래서 전 우리 아이들에게 다 좋은 영향이 가게 된다고 생각해요.
인종이 다른 것처럼, 다양성의 문제지 장애와 비장애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기준보다는 아이들 입장에서 다양한 친구를 다 만나는 환경에 조금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놀이는 아이들의 기본 권리로 장애 유무 등 신체적 능력과 관계 없이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서진학교 1학년 김요엘, 포토그래퍼 ㅣ 이지은
< msv. letter no.2 포용력 있는 도시를 위한 디자인 : 놀이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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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for All 전시 안내
모두를 위한 놀이 Play for All 전시는 아동의 놀이권, 특히 놀이 공간에서 소외받았던 장애 아동들 에게 필요한 놀이에 주목한다.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후 아동의 놀이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나, 장애 아동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 다. 그러나 놀이는 아이들의 기본 권리로 장애 유무 등 신체적 능력과 관계 없이 공평하게 제공 되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가지 화두를 던진다. 주목받지 못했던 장애 아동들의 놀이 권리와 장애 아동 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다. 또한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조화로운 공간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부모들, 비장 애 아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을 기대한다.
전시 공간을 구하고 있습니다
PLAY for All 전시는 현재 몇몇 기관과 협의 중이기는 하나 연말 여러 일정들이 겹쳐 전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놀이 조형물의 시안이 완성되었고 다큐멘터리 영상과 전시에 들어갈 내용들이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구독자분들 중 60평 내외의 전시 공간 대여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hello@missionit.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