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임팩트 레터 no.62 삶의 동반자 : 스웨덴 셀보 아파트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요? 지친 하루 끝에 반겨주는 얼굴, 주말에 함께 요리할 누군가가 있는 집은 일상의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그러나 오늘날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가족없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1].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어르신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죠.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응답자 중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31.1%, '낙심하거나 우울해도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28.4%였습니다[2].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고령자가 느끼는 외로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장기 요양시설에 거주할수록 외로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죠[3].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어르신의 사회적 소외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색다른 하우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스웨덴 셀보Sällbo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글 강성혜, 미션잇 리서처




삶의 동반자, 셀보


스웨덴 남쪽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 헬싱보리Helsingborg에는 셀보Sällbo라고 불리는 특별한 아파트가 있다. 셀보는 ‘동반자sällskap’와 ‘생활bo’를 뜻한 스웨덴어의 합성어로, 10대 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살며 서로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이색적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스웨덴 어르신과 시리아 난민 청년들이 저녁마다 함께 요리를 하고, 주말에는 식탁에 둘러앉아 카드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고향과 나이, 생김새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삶을 나누며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연령과 문화를 초월한 셀보의 이야기는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등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며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셀보는 ‘동반자sällskap’와 ‘생활bo’를 뜻한 스웨덴어의 합성어로, 10대 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살며 서로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이색적인 곳이다.  
©Helsingsborgshem




기회가 되어준
시리아 난민 위기 


2019년 11월에 문을 연 셀보에는 현재 72명의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입주민의 절반 이상은 70대 이상의 스웨덴 어르신이며, 부모 없이 홀로 입국한 난민 청년, 그리고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이 함께 살고있다. 셀보 프로젝트는 본래 2016년 스웨덴 어르신의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령자 전용 하우징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스웨덴 비영리 주택공사인 헬싱보리쉠Helsingsborgshem이 지방 자치단체 소유의 시설을 매입하여 요양원으로 개조할 계획이었으나,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4]가 발생하자 계획을 변경했다. 헬싱보리 항구를 통해 입국한 난민 청년 459명이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이자, 헬심보리쉠은 아파트 1층부터 4층까지의 공간을 이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셀보의 1층부터 4층까지 공간에는 가족없이 혼자 입국한 난민 청년들이 살고있다. ©Helsingsborgshem


물론 입주민 간의 첫 만남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스웨덴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에게 난민 청년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고, 당시 유럽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가족도 없이 입국한 청년들은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서툴렀다. 셀보에 입주했으나, 입국 최종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란한 마음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난민 청년도 있었고, 담배 연기 때문에 화재 감지기가 울리면 어르신들도 한밤중에 일어나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쉽게 섞이지 않을 것만 같은 두 그룹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셀보는 세 번째 입주민 그룹을 모집하기로 했다.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스웨덴 청년이었다. 이들은 어르신들과 문화적 배경이 같고, 난민 청년들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두 그룹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고령자도 청년도
함께라 외롭지 않은 곳


서로 다른 듯한 입주민들 간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모두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족과 손주들이 정기적으로 찾아뵈어도 그 외의 시간은 홀로 보내는 어르신들은 적적하기만 했다. 난민 청년들은 문화 차이로 인해 낯선 나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젊고 건강한 스웨덴 청년들마저 디지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고 있었다. 셀보는 이들의 필요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웃과의 교제 2시간 의무화 조항’을 만들었다. 지금도 셀보에 입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주일에 2시간 이상을 다른 입주자와 함께 보낼 것을 서약한다. 법적 효력은 없는 조항이지만, 덕분에 입주민들은 각자의 방에만 머무르는 대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셀보에 입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주일에 2시간 이상을 다른 입주자와 함께 보낼 것을 서약한다. 
집 곳곳에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동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Helsingsborgshem


셀보 아파트의 각 층에는 공용 주방과 체육관, 도서관, 요가실 등이 갖춰져 있다.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야외 공간과 채소나 꽃을 가꿀 수 있는 작은 정원도 있다. 입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어르신들의 활기찬 일상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공간이다. 주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부엌에 모여 요리하고 음식을 나눈다. 입주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공간은 1층 로비이다. 저녁이 되면 퇴근하거나 하교하는 젊은이들을 반기기 위해 셀보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청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손주 일처럼 나서며, 특히 난민 청년들이 스웨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입주민 모두가 한 가족인듯 서로를 도우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간 덕분에 어르신들이 병원을 찾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한다. 셀보의 어르신들은 사회의 짐이 되는 존재가 아닌, 삶의 지혜를 건네는 멘토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입주민들은 셀보 공동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며 삶을 나눈다. ©Helsingsborgshem




인사이트 인터뷰
드라가나 쿠로빅

Dragana Curovic, 
셀보 프로젝트 매니저


드라가나 쿠로빅과 진행한 인터뷰 일부를 소개합니다. 
전문은 MSV 5호 <시니어>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MSV: 셀보에서 지내고 있는 세 그룹 중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하네요. 다른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다른 어르신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드라가나 쿠보릭: 젊은이들이 직장이나 학교에 가 있을 동안 어르신들은 요리, 산책, 쇼핑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낮 시간을 보내요. 집 안에서는 스크랩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시고요. 24시간 돌봄 없이도 어르신들이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시간을 활동적으로 보내시는 거죠. 그러다 저녁시간이 되면 어르신들이 하나 둘 씩 모여서 젊은이들을 반길 준비를 해요. 퇴근 시간이 되면 다들 로비에 모여 계세요. 누구나 로비를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죠 (웃음). 로비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어르신들은 안전한 공간과 가족을 동시에 얻는 셈이죠. 청년들의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하고, 젊은이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요. 


MSV: 셀보에서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일이 일상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일화가 있었는지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드라가나 쿠보릭: 매일 있는 일이라 하나만 꼽기 어렵네요. 셀보에 의대생이 하나 있었는데도서관에서 혼자 밤새서 공부하는 날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다 자러 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그때 당시에 밤늦게 강아지를 데리고 실내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할머니도 계셨는데 어느 날 그 학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셨대요. 그래서 그날부터 매일 도서관에 들러서 인사를 해 주셨다고 해요. 오늘도 몸 조심하고, 잘 자라고요. 그 학생이 어느 날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커다란 초콜릿 케익을 들고 그 어르신 방에 감사 인사를하러 찾아갔어요. 덕분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요. 아주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기억해 준다면 힘이 날 수밖에 없죠. 

 

MSV: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어르신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게되는데요. 어르신들은 어쩌면 사랑을 받는 일보다, 사랑을 주는 일은 더 원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가나 쿠보릭: 맞아요.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셀보 젊은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러다 쓰러지시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이 일이 주는 행복 때문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삶의 목적을 다시 찾으셨다고요. 오늘날 스웨덴에서는 어르신을 공경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그러나 셀보의 어르신들은 사명이 있어요. 나이가 들더라도 누군가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 거죠.




#스웨덴 #난민 #공유주거 #시리아난민




*참고 

[1] 통계개발원. 2020. <국민 삶의 질 2020>.
[2] 국가지표체계. 2023. <사회적 고립도>.
[3]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1. <Advocacy brief: social isolation and loneliness among older people>.
[4]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 난민 약 100만명이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거나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한 사건이다. 대규모 난민 유입에 유럽연합 국가들은 대부분 반발심을 표했다.



MSV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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