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과 접근성

시각 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

"아이 낳지 말고 너희 둘이 행복하게 살아"
결혼한 민호 씨(가명)가 부모님과 식사자리에서 들었던 말이다. 민호 씨 부부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완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은 이들 부부가 아이 키우면서 고생할 생각에 염려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오기가 생겼다. 장애인이라고 자식 낳지 말라는 법 있나? 현재 중학생이 된 자녀 둘을 슬하에 두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민호 씨 부부를 만나기 전에는 사실 상상이 가지 않았다. 신생아를 양육하다 보면 아이 기저귀 갈랴, 밥도 떠먹여야 하고, 정말로 손이 많이 간다. 눈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양육을 한단 말인가? 우선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주중에는 상주를 했지만, 저녁시간이나 주말 양육은 완전히 이들 부부의 몫이었다. 신생아 때는 가끔씩 고열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체온계를 구비하여 아이에게 이상 징후가 있을 시 상시 체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음성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체온계를 어렵게 얻어 사용했다. 이유식을 먹일 때는 아이 입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돼서, 아이 입술을 만지면서 위치를 가늠하여 먹이거나 숟가락 대신 손으로 먹이기도 했다. 기저귀도 몇 번 숙달되니 보지 않고도 갈 수 있었다. 물론 아이에게 약을 먹이거나 분유를 먹일 때 ml를 가늠해서 주는 것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정확한 체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생아 때는 어떻게든 해나갔다.

마음의 어려움은 아이가 자라면서 찾아왔다. 아이는 무엇이든 궁금해했다. 아빠의 손가락을 잡아다 끌면서 책의 한 부분이나 TV의 화면의 한 부분을 가리키기도 했다. 민호 씨는 그때마다 아이의 호기심을 적절하게 충족시켜 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회상한다. "내가 과연 부모가 맞나?" 하는 자책감마저 그를 감쌌다. 하지만 최근에는 OCR 앱과 도구들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훨씬 수월해졌다.




기술은 시각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정보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방법과 교육 접근성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은 이미지 속 글자 위치를 찾고 어떤 글자인지 자동으로 알아내는 기술이다. 각종 문서나 이미지 속에서 글자를 추출하여 읽어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Seeing Ai 나 설리번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사진을 찍으면 문자뿐 아니라 사람의 표정과 머리 색상 등도 알려준다. 네이버에서 출시한 클로버 램프는 책을 정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앱들의 이미지 인식 정도는 낮은 편이다. 대략적인 수준에서 알려준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가 가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킬 때 설명해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올해 하반기 애플 iOS에서 업데이트할 포인트 엔 스피크 Point and Speak 기능이 유용해 보인다(지난 뉴스레터 참조). 그래야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으니까. OCR 기능이 있는 기기와 앱 몇 가지를 동일 문서와 이미지를 대상으로 비교해 보았다. 

(좌) 클로바 노트의 최대 장점은 자연스러운 음성이다. 기계음이 아닌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를 구현한다. 국어는 두 명의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고, 영어는 네 명의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확실히 책을 펼쳐 놓고 정독하는 용도로는 가장 유용하다. 한 번 책 읽기 모드를 시작하면 책을 넘길 때마다 계속 기능이 유지되어서 끊기지 않고 읽기에도 편리하다.


(중) 마이크로소프트 Seeing Ai의 장점은 카메라로 비추는 곳을 실시간으로 읽어준다는 데 있다. 별도의 동작이 필요하지 않다. 핸드폰만 갖다 데면 된다. 마트에 가서 빠르게 정보 확인이 필요한 경우 유용하다. 다만 기계음이기 때문에 책을 정독하는 용도로는 적합한 편은 아니다. 


(우) 설리번 플러스의 최대 장점은 확대 축소 기능이다. 먼 거리에 있는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보이스 오버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듣기 싫더라도 모든 정보를 들어야 하는 경우인데, 설리번 플러스는 확대 축소를 통해 원하는 정보만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시간이 아닌 사진을 한 번 찍고 나면 읽어준다.



이미지 인식은 어떨까? 동일한 위치에서 Seeing Ai와 설리번 플러스를 사용했다. 좌측의 Seeing Ai는 해당 이미지의 입체감을 확인하고 로고가 있는 상자임을 설명했다. 구조적인 인식에서 많은 데이터를 쌓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측의 설리번 플러스는 사실 그대로를 설명했다. 모자를 쓴 사람까지 설명한 점에서 상대적으로 섬세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위 둘 다 우리가 어떤 그림을 설명하는 목적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모자를 쓰고 날개가 있는 사람이 바지에 손을 넣고 있는 로고가 있는 주황색 상자" 정도 라면 좋겠다. 분명 이미지 인식 기능이 더 상세하게 개선된다면 시각장애인 부모의 교육 접근성도 올라갈 것이다.




잘 듣는 디자인을 넘어
잘 보이는 디자인으로. 


농인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부부와는 또 다른 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신생아 시절 아이는 자주 운다. 그리고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집 안 어디에선가 부딪혀서 울고 있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적절하게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빈번했다. 이때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은 것은 소리 인식 기능이다. iOS의 경우 '손쉬운 사용', 안드로이드는 '접근성' 탭에서 동일하게 소리 인식 기능이 있어 설정하면 된다. 아이의 울음을 감지해서 알림을 줄 수 있도록 설정해 놓으면 아이가 큰 소리로 울 때 진동으로 신호가 온다. 울음 소리나 재채기 소리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편이다. 현재까지 스마트 워치가 방향에 대한 감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대안은 된다. 향후 더 진보된 업데이트에서는 방향까지 감지하여 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침소리를 설정해 놓고 기침을 하면 알림이 온다.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으면 스마트 워치도 동시에 알림이 오기 때문에 편리하다.




마치며 : 부모가 아이의 양육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술은 존재해야 한다. 

인터뷰를 했던 몇몇 농인 부부는 인공지능 램프를 사용하여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내가 직접 읽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와 직접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기 원했다. 기계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여 책을 읽혀주니 "와 편하다."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는 없었다. "유용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못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공지능 램프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를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도 답답한 포인트였다. 


부모가 직접 읽어주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영유아기,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아이 교육을 기기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도 필요하지만 부모와 친밀하게 교류하는 '함께 하는 시간'이 관계 형성과 학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낳은 아이에게는 내가 장애가 있건 없건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하고 싶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가 아이의 양육자로서 역할을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술은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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