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운동과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



운동과 보조도구를 통해 

알게 되는 접근성에 대한 이해


축구하는 시각장애인? 앞을 못보는 데 어떻게 축구를 할지 잘 상상이 안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맹 시각장애인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공은 약간 다르다. 전맹 시각장애인 경기는 칩이 6개가 들어있는 축구공을 사용한다. 칩이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면 시각장애인들이 귀로 듣고 공을 찾는다. 시각장애인 축구는 장애 분류에 따라 B1, B2, B3 경기로 나뉘는데 B1은 전맹 시각장애인, B2와 B3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참여하는 경기다.  청각에 많은 부분 집중하며 경기하다보니 경기 중에 관객은 목소리 내는 것을 일절 금지한다. 


시각장애인 축구에서 가장 주요한 감각은 역시 청각이다. 공 역시 청각적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수 제작됐다. 운동처럼 개인과 팀의 퍼포먼스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장애인 선수에게 필요한 감각을 지원하는 보조도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보조도구들을 잘 살펴보면, 향후 장애인 접근성 개선에 좋은 실마리가 된다.


마라톤은 어떻게 뛸까? 가이드러너라고 불리는 동반자가 함께 뛴다. 가이드 밴드를 가이드러너와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서로의 팔에 묶고 함께 달리며 방향을 안내한다. 볼링도 칠 수 있다. 여기에도 가이드레일 이라는 보조도구가 동반된다. 스텝을 정확하게 지키면서 코스를 돌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시각장애인 볼링 선수들을 가이드레일을 잡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공을 던진다. 앞선 85호 <운동의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을까?>에서 다루었던 파워 사커 역시 전용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한다. 빠른 회전이 가능하도록 휠체어가 낮게 디자인되었고 큰 뒷바퀴를 통해 안정적으로 지면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공 역시 파워싸커 용으로 보통 축구공보다 4~5배 정도 크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마라톤을 뛸까?  옆에 함께 보조하는 가이드 러너가 붙는다. 이때 두 사람 사이에 가이드 밴드를  달고 뛰는데, 그래야 서로의 페이스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서로의 팔에 묶고 같이 뛴다. 가이드 러너는 곡선 코스가 나올 때 "1시 방향이요." "11시 방향이요"처럼 방향을 안내한다. 청각과 촉각 경험이 동시에 중요하다.  ⓒ서울시청 홈페이지


이와 같은 운동 보조도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인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감각을 이해할수 있다.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에게는 청각과 촉각적 요소가 특히 중요하다. 가이드 밴드, 가이드 레일이라는 제품의 이름처럼 이들에게는 방향에 대한 가이드를 시각 외 감각으로 보조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 사용에 제약이 있는 사용자는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스틱으로 목을 가누면서 공을 밀 수 있다. 공이 내려가는 홈통은 이런 사용자도 정교하게 공을 보내는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다. 어떤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모든 것을 조절해야 한다는 기준점에서 탈피해 다양한 사용자가 있다는 것을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인지해야 한다. ⓒenabled.in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 중 손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 역시 손과 방향을 보조할 수 있는 도구가 중요하다. 페럴림픽 정식종목인 보치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치아 국제 스포츠 연맹에서는 장애인 운동 의무 분류 체계를 사용하여 장애 정도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각 선수가 동등한 경쟁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있는데, BC1과 BC2 등급의 경우 스스로 공을 투척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와 공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BC3 처럼 보조장치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홈통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선수별 보조자도 있는데, 보조자는 선수 앞에 홈통을 설치하고 높이와 경사각, 방향을 조절하도록 한다. 선수는 입으로 끼는 마우스 스틱이나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 




운동은 왜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할까?


운동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운동의 긍정적 효과는 신체적 건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운동은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척도인 일상의 긍정적 정서를 촉진하고,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킨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편도체의 활동을 감소시켜 두려움을 줄이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켜 합리적 사고를 증진한다.

특히 팀으로 참여하는 운동은 고립된 감정을 덜고 사회적 소속감과 연결감을 강화한다. 어떻게 보면 순수하게 팀 운동만큼 포용적인 활동은 드물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 사이에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 


하지만 운동 참여와 관련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집 안에 장시간 머무는 경향이 높았고, 외부 활동 참여가 적었다. 서울문화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장애인의 스포츠 활동 참여율은 6.4%로 서울시민 평균(14.1%) 대비 절반 미만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개인의 컨디션이나 이동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나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접근성 개선과 운동 참여율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과제다.



손과 팔의 힘조절에 제약이 있는 뇌성마비나 뇌병변 중증 장애인의 경우 할 수 있는 운동이 정말 제한적이다. 반면 하반신 외 상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애인은 휠체어 농구나 사이클이 가능하다. ⓒmoses-malik-roldan


어떻게 하면 모두를 위한 

최상의 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장애를 가진 사람도 운동할 수 있는 제품과 시설 개발, 이동 과정 개선 그리고 대중들의 인식 재고 등 모두를 위해 즐거운 운동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총체적인 일이다. 실제 2022년 장애인 생활체육 조사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운동 시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비용지원(33.6%), 생활체육 프로그램(17.2%), 장애인 편의시설(15.2%), 장애인용 운동용품 및 장비(14.4%) 등으로 응답했다. 


개인 근력운동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간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 손에 악력을 사용해서 기구를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손에 힘을 주기 어려운 사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구 자체가 디자인 되어있거나 기성품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맞춤형 보조 도구가 있어야 한다. 기구 사이의 공간도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이 다닐 수 있게 충분한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보조도구를 사용해 운동하고 있는 롭 스미스Rob Smith,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그는 하반신 마비와 더불어 손 사용에도 제약이 있다. 그래서 맞춤형 보조도구를 제작해 운동에 사용한다. 악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피트니스 센터의 머신들을 사용할 수 있다. 



롭과 지난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피트니스 센터가 일종의 '무서운'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괴감과,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보조도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수록 자신감을 얻고 비장애인 중심인 세상 속에서도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감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얻는 접근성 인사이트


우리는 향후 출간될 MSV <운동> 호를 통해 장애인의 운동과 운동에 사용되는 보조 도구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디자인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최상의 운동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시설, 환경, 시스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장애인이 참여하는 운동에서 사용되는 보조도구를 관찰하게 된다면 장애인 사용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감각에 대해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감각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디자인 시에 모든 방향에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 관련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MSV <안전>호 인터뷰에서 아난드 소네차가 인도 간디나가르Gandhinagar 지역의 시각장애인 어린이 학교를 디자인할 때 벽의 패턴을 인지하는 촉각적 경험과, 공간 내 목소리 울림을 반영하여 복도와 교실의 설계를 달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글 김병수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미션잇은 관찰의 힘을 믿습니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에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인사이트를 발굴합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장애인, 고연령층이 가진 사용자 경험 연구에 최고의 전문성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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