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Social Value,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데프스페이스 DeafSpace
: 생동감 넘치는 공간을 위하여
로버트 뮈르Robert Mui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지하는 정보의 약 83%는 시각 10%는 청각, 4%가 후각 그리고 촉각과 미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위 다섯 가지 감각 중 한 가지 혹은 두 가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다른 감각에 대한 의존도는 월등히 올라가게 되죠. 데프스페이스는 시각과 촉각이 공간 인식의 주요 수단인 청각장애인의 생활 방식에 최적화되어 고안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공간이 제공하는 가치를 들여다본다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도 유익한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05년 건축가 한셀 바우먼 Hansel Bauman은 *갤로뎃 대학 Gallaudet University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여 대프스페이스의 개념과 다섯 가지 지침을 마련하였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데프 스페이스의 개념과 갤로뎃 대학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건축가 리차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와 진행한 인터뷰 일부를 싣습니다.
미션잇 인클루시브디자인 랩
강성혜, 김병수
*갤로뎃 대학은 청각장애인의 고등 교육을 위해 1864년 최초로 설립된 학교로 15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1816년 프랑스 출신의 로렌트 클락Laurent Clerc와 토마스 홉킨스 겔로뎃Thomas Hopkins Gallaudet가 미국 최초의 청각 장애인 교육 학교를 열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대학교 설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864년 미의회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갤로뎃 대학Gallaudet University의 설립이 이뤄지게 된다.
데프스페이스의 다섯가지 개념
감각의 도달 범위 Sensory Reach : 시각과 촉각을 통해 물리적 공간을 360도로 인식하고 탐색
청각정보에 제약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빛과 색, 소재의 느낌 등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포착해 공간을 이해하는데 이것을 *시각적 단서visual cue, 혹은 *촉각적 단서tactile cue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닥의 진동, 그늘의 움직임,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됩니다. 데프스페이스는 청각장애인이 물리적인 공간을 ‘360도’로 인식하고 직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갤로뎃 대학교 신축건물 외부 공간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서로가 수어를 사용하며 마주보고 대화하는 데 용이하다. 이는 시각적 도달범위 Visual Reach 를 증가하게 만든다. 이미지 제공 : 리차드 도허티
공간과 근접성 Space and Proximity : 수어를 활용하는 공간까지 인지할 수 있는 크기와 레이아웃
서로의 눈과 손끝,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하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이 이루어지려면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겠죠. 수어로 대화할 때는 서로의 얼굴 뿐만 아니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주변 반경, 즉 “수어 공간”까지 한 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보다 서로 더 멀리 떨어져 서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곳에 모여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간격은 더 넓어지겠죠.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이동과 근접성 Mobility and Proximity :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양 옆으로 편안하게 걸으며 대화할 수 있는 간격
두 사람이 걸어가면서 수어를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걸을 때도 서로 간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대화 중에도 끊임없이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피고 방향을 확인합니다. 걷다가 혹시라도 장애물이 나타난다면 바로 알려줄 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장애물을 피하고 계속 대화를 이어갑니다. 대화 중에 이와 같은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위험을 포착하고, 서로 전달하고, 함께 피하는 거죠. 데프스페이스 안에서는 수어로 대화하며 걷는 사람들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명과 컬러 Light and Color : 수어 동작을 인지하되 눈의 피로를 줄이는 적절한 빛과 컬러
빛이 강한 공간에서 수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금방 눈이 부시고 피로할 거예요. 대화에 집중하기도 힘들고요.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직사광선보다 부드럽게 퍼지는 확산광diffused light를 선호합니다. 인공조명을 이용해 적절한 조도를 맞추거나, 자연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블라인드를 설치하거나, 그늘이 지는 공간을 만들 수 있죠. 그렇다면 컬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피부색과 자연스러운 대조를 이루는 배경색이 필요합니다. 한셀 바우먼은 연한 블루와 그린계열을 추천합니다. 수어 동작도 더 확연하게 구분이 되겠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교회. 1880년도에 지어진 이 건물의 위를 올려다보면 지붕에 열린 창 Rooflights이 있어서 자연광이 내려오면 모두가 서로를 보고 대화할 수 있다. 사진제공 : 리차드 도허티
어쿠스틱스 Acoustics : 청력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배경 소음과 잔향 최소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청기나 인공 와우와 같은 보조장치를 착용하는 사람은 주변 소리를 증폭시켜서 듣기도 하죠. 하지만 청력 보조장치는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소리가 흩어지거나, 배경잡음이 커지기도 합니다. 반사된 음파reflected soundwaves를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듣기 힘든 수준의 고통스러운 소음을 경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데프스페이스의 마지막 원칙은 바로 어쿠스틱스, 즉 음향입니다. 울리는 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층고를 조절해 배경소음과 잔향을 최소화 하는 거죠.
Edward Hopper, Chop Suey, 1929
한셀 바우먼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1929년 작 찹수이Chop Suey를 예로 들며, 빛이 사람들을 모으고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적 대화의 영역과 공적인 공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Interview 리차드 도허티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느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건축가 리차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는 16년간 홀 맥나이트Hall Mcknight에서 건축가로 일했고 건축, 조경, 인클루시브디자인 분야에서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 겸임 전문가 Associate Expert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학인 갤러뎃 대학의 6번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최근 리차드 린던 디자인Richard Lyndon Design을 설립하였어요. 리차드 본인과 아내 그리고 딸과 아들 모두 청각장애인입니다.
수어 통역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리차드 도허티, 현재 워싱턴에서 갤로뎃 대학의 6번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수어통역사의 뒷배경이 파랑색이어서 수어를 인지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
MSV : 6번가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데프스페이스의 원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빛이 주는 안전감
리차드 : 6번가 프로젝트는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 외부에서 데프스페이스 공간이 만들어지는 최초의 프로젝트입니다. 데프스페이스의 원칙은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줍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들에게 빛은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또한 빛은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이 밤에 안전함을 느끼는 요소라고 할수도 있죠. '심리적 편안함'이 기본 요소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 누구나 밤에 빛을 볼 때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데프스페이스는 확장성이 있습니다.
옆으로 수화 동작을 진행하면서도 여유있게 걸을 수 있는 도보 폭
리차드 : 6번가 프로젝트에서는 보도 넓이가 10피트 (약 3미터) 이상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은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수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최근들어 비장애인들에게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2미터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낫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여유있는 폭의 보행로는 두 커뮤니티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MSV :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촉각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질감 차이를 통해 얻는 인지
리차드 : 보행로 경사로에 대비되는 소재를 사용해 질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하는데요. 질감 차이는 수어를 사용하면서 걷느라 앞을 미처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도보에서 일종의 경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를 사용할 때의 상황을 고려해야합니다. 벤치의 받침대가 허리까지 오는 이유는 커피컵을 들고 수어를 할 때 받침대 위에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도 그곳에 가방을 올려놓고 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해 서로를 안아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데프스페이스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리차드 : 서울도 그렇겠지만 저는 런던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하루 종일 너무 빨리 걷습니다. 저는 데프스페이스로 '느린 아키텍처'를 만들고 싶습니다. ‘시간을 내세요, 당신의 삶을 살아보세요.’ 하고요. 우리는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있는 공간을 만들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듭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이 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거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지역의 장애축제를 위한 임시 파빌리온 건축에 설치된 벤치. 커피잔을 올려놓기에 좋은 높이의 벤치 디자인 아이디어출발점은 '수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됬다. 언제든지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수화를 할 수 있기 위해서다. 사진 제공 : 리차드 도허티
강성혜 미션잇 리서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강성혜는 논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실제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듣고자 미션잇에서 리서처 겸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는 순간들을 꽤나 자주 마주하고 있다.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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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들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전달 드립니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Design for Social Value'와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 그리고 '접근성Accessibilit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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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데프스페이스 DeafSpace
: 생동감 넘치는 공간을 위하여
로버트 뮈르Robert Mui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지하는 정보의 약 83%는 시각 10%는 청각, 4%가 후각 그리고 촉각과 미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위 다섯 가지 감각 중 한 가지 혹은 두 가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다른 감각에 대한 의존도는 월등히 올라가게 되죠. 데프스페이스는 시각과 촉각이 공간 인식의 주요 수단인 청각장애인의 생활 방식에 최적화되어 고안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공간이 제공하는 가치를 들여다본다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도 유익한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05년 건축가 한셀 바우먼 Hansel Bauman은 *갤로뎃 대학 Gallaudet University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여 대프스페이스의 개념과 다섯 가지 지침을 마련하였는데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데프 스페이스의 개념과 갤로뎃 대학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건축가 리차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와 진행한 인터뷰 일부를 싣습니다.
미션잇 인클루시브디자인 랩
강성혜, 김병수
*갤로뎃 대학은 청각장애인의 고등 교육을 위해 1864년 최초로 설립된 학교로 15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1816년 프랑스 출신의 로렌트 클락Laurent Clerc와 토마스 홉킨스 겔로뎃Thomas Hopkins Gallaudet가 미국 최초의 청각 장애인 교육 학교를 열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대학교 설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864년 미의회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갤로뎃 대학Gallaudet University의 설립이 이뤄지게 된다.
데프스페이스의 다섯가지 개념
감각의 도달 범위 Sensory Reach : 시각과 촉각을 통해 물리적 공간을 360도로 인식하고 탐색
청각정보에 제약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빛과 색, 소재의 느낌 등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포착해 공간을 이해하는데 이것을 *시각적 단서visual cue, 혹은 *촉각적 단서tactile cue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닥의 진동, 그늘의 움직임,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됩니다. 데프스페이스는 청각장애인이 물리적인 공간을 ‘360도’로 인식하고 직관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갤로뎃 대학교 신축건물 외부 공간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서로가 수어를 사용하며 마주보고 대화하는 데 용이하다. 이는 시각적 도달범위 Visual Reach 를 증가하게 만든다. 이미지 제공 : 리차드 도허티
공간과 근접성 Space and Proximity : 수어를 활용하는 공간까지 인지할 수 있는 크기와 레이아웃
서로의 눈과 손끝,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하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이 이루어지려면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겠죠. 수어로 대화할 때는 서로의 얼굴 뿐만 아니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주변 반경, 즉 “수어 공간”까지 한 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보다 서로 더 멀리 떨어져 서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곳에 모여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간격은 더 넓어지겠죠.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이동과 근접성 Mobility and Proximity :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양 옆으로 편안하게 걸으며 대화할 수 있는 간격
두 사람이 걸어가면서 수어를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걸을 때도 서로 간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대화 중에도 끊임없이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피고 방향을 확인합니다. 걷다가 혹시라도 장애물이 나타난다면 바로 알려줄 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장애물을 피하고 계속 대화를 이어갑니다. 대화 중에 이와 같은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위험을 포착하고, 서로 전달하고, 함께 피하는 거죠. 데프스페이스 안에서는 수어로 대화하며 걷는 사람들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명과 컬러 Light and Color : 수어 동작을 인지하되 눈의 피로를 줄이는 적절한 빛과 컬러
빛이 강한 공간에서 수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금방 눈이 부시고 피로할 거예요. 대화에 집중하기도 힘들고요.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직사광선보다 부드럽게 퍼지는 확산광diffused light를 선호합니다. 인공조명을 이용해 적절한 조도를 맞추거나, 자연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블라인드를 설치하거나, 그늘이 지는 공간을 만들 수 있죠. 그렇다면 컬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피부색과 자연스러운 대조를 이루는 배경색이 필요합니다. 한셀 바우먼은 연한 블루와 그린계열을 추천합니다. 수어 동작도 더 확연하게 구분이 되겠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교회. 1880년도에 지어진 이 건물의 위를 올려다보면 지붕에 열린 창 Rooflights이 있어서 자연광이 내려오면 모두가 서로를 보고 대화할 수 있다. 사진제공 : 리차드 도허티
어쿠스틱스 Acoustics : 청력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배경 소음과 잔향 최소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청기나 인공 와우와 같은 보조장치를 착용하는 사람은 주변 소리를 증폭시켜서 듣기도 하죠. 하지만 청력 보조장치는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소리가 흩어지거나, 배경잡음이 커지기도 합니다. 반사된 음파reflected soundwaves를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듣기 힘든 수준의 고통스러운 소음을 경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데프스페이스의 마지막 원칙은 바로 어쿠스틱스, 즉 음향입니다. 울리는 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층고를 조절해 배경소음과 잔향을 최소화 하는 거죠.
Edward Hopper, Chop Suey, 1929
한셀 바우먼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1929년 작 찹수이Chop Suey를 예로 들며, 빛이 사람들을 모으고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적 대화의 영역과 공적인 공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Interview 리차드 도허티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느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건축가 리차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는 16년간 홀 맥나이트Hall Mcknight에서 건축가로 일했고 건축, 조경, 인클루시브디자인 분야에서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 겸임 전문가 Associate Expert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학인 갤러뎃 대학의 6번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최근 리차드 린던 디자인Richard Lyndon Design을 설립하였어요. 리차드 본인과 아내 그리고 딸과 아들 모두 청각장애인입니다.
수어 통역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리차드 도허티, 현재 워싱턴에서 갤로뎃 대학의 6번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수어통역사의 뒷배경이 파랑색이어서 수어를 인지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
MSV : 6번가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데프스페이스의 원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빛이 주는 안전감
리차드 : 6번가 프로젝트는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 외부에서 데프스페이스 공간이 만들어지는 최초의 프로젝트입니다. 데프스페이스의 원칙은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줍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들에게 빛은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또한 빛은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이 밤에 안전함을 느끼는 요소라고 할수도 있죠. '심리적 편안함'이 기본 요소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 누구나 밤에 빛을 볼 때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데프스페이스는 확장성이 있습니다.
옆으로 수화 동작을 진행하면서도 여유있게 걸을 수 있는 도보 폭
리차드 : 6번가 프로젝트에서는 보도 넓이가 10피트 (약 3미터) 이상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은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수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최근들어 비장애인들에게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2미터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낫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여유있는 폭의 보행로는 두 커뮤니티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MSV :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촉각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질감 차이를 통해 얻는 인지
리차드 : 보행로 경사로에 대비되는 소재를 사용해 질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하는데요. 질감 차이는 수어를 사용하면서 걷느라 앞을 미처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도보에서 일종의 경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를 사용할 때의 상황을 고려해야합니다. 벤치의 받침대가 허리까지 오는 이유는 커피컵을 들고 수어를 할 때 받침대 위에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도 그곳에 가방을 올려놓고 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해 서로를 안아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데프스페이스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리차드 : 서울도 그렇겠지만 저는 런던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하루 종일 너무 빨리 걷습니다. 저는 데프스페이스로 '느린 아키텍처'를 만들고 싶습니다. ‘시간을 내세요, 당신의 삶을 살아보세요.’ 하고요. 우리는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있는 공간을 만들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듭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이 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거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지역의 장애축제를 위한 임시 파빌리온 건축에 설치된 벤치. 커피잔을 올려놓기에 좋은 높이의 벤치 디자인 아이디어출발점은 '수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됬다. 언제든지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수화를 할 수 있기 위해서다. 사진 제공 : 리차드 도허티
강성혜 미션잇 리서처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강성혜는 논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실제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듣고자 미션잇에서 리서처 겸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는 순간들을 꽤나 자주 마주하고 있다.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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