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과 국적을 초월한 공유 주거 프로젝트


드라가나 쿠로빅

스웨덴 셀보 프로젝트 매니저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제공 Jonas Linné




드라가나 쿠로빅Dragana Curovic은 스웨덴 비영리 주택공사 헬싱보리쉠Helsingsborgshem의 사회적 프로젝트 개발자Social Developer이자, 셀보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스웨덴의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와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 청년을 수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셀보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연령과 국적을 초월하여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드라가나 쿠로빅 ⓒDragana Curovic


셀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회적 프로젝트의 리더로 일하고 있어요. 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주거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어르신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에요. 셀보 프로젝트가 시작된 집은 원래 지방 자치 단체 소유의 오래된 고령자 전용 주택이었어요. 저희 회사가 매입해서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일종의 실버타운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2015년 10월, 시리아 난민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이주하게 되었어요. 특히 헬싱보리Helsingborg는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난민이 몇 명이나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었고요. 결국 지방 자치 단체는 리모델링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이 집의 일부를 난민 사태 대응에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다른 도시와는 달리, 헬싱보리 지방 자치 단체는 스웨덴 정부와 협약을 맺은 상태라 미자립 청소년이나 난민 청년을 수용할 의무가 있었고요. 


난민 사태가 셀보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군요. 

2015년 10월에 459명의 난민 청소년들이 부모 없이 헬싱보리에 도착했어요. 헬싱보리에 미성년자 보호소가 4곳 있었는데, 공간이 절대 충분하지 않았죠. 결국 지방 자치 단체는 12개의 아파트 중 맨 아래층을 난민 청년들에게 내주고, 24명을 수용하기로 했어요. 그러다 미성년자 난민보호소를 4층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총 98개의 방이 마련됐죠. 이곳은 스웨덴에서 가장 큰 난민 청년 보금자리가 되었고요.


ⓒJonas Linné




스웨덴 어르신들이 지내시던 곳에 난민 청년들이 들어오게 된 거네요. 어르신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갑자기 외국에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들어왔으니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웃음). 말도 통하지 않고, 스웨덴 청소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죠. 그때 당시 이 청소년 난민들은 스웨덴에 머물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하지 않았고, 집을 잃고 이미 몇 년 동안 난민 신분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녔던 터라 조금은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이 아이들이 그동안 만난 어른이라곤 난민캠프 직원이나 권위적인 정부 관계자들뿐이었죠. 다들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베란다나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웠어요. 그러다가 화재 경보가 울리면 한밤중에 어르신들까지 집에서 나와 대피해야 했고요. 스웨덴 미디어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진 않았어요. 난민 청소년들이 스웨덴에 입국하고 보호소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문제행동을 한 일들만 보도했죠. 그런 뉴스만 접하셨으니 어르신들은 이 아이들이 더욱 낯설게 느껴졌을 거예요. 조금 무섭기도 했을 거고요.


스웨덴에서 한평생 살아온 어르신과 난민 청소년이라니, 서로 결이 다른 그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이 두 그룹이 한 건물에서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르신과 난민 청소년들이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당시에 이 아이들은 부모 없이 혼자 스웨덴에 왔기 때문에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생활비를 관리하거나, 월세를 내거나, 빨래하는 방법도 몰랐죠. 무엇보다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가 없었어요. 이곳 어르신들은 생활력이 강하시니까, 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난민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려면 스웨덴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곳 어르신들이야말로 스웨덴 문화에 정통한 분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어르신들이 난민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시게 된 거군요. 그럼 반대로 난민 청소년들은 어르신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셨나요? 

어르신들과 대화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어르신이 외롭다고 생각하고 계셨어요. 다들 자녀와 손주가 있으셔서 의외였죠. 알고 보니 가족들이 방문하는 시간 외에는 누군가와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으셨던 거예요. 다른 연령대 사람들과 접촉할 일은 더더욱 없었고요. 물론 적적할 때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기도 하셨어요.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고 무엇이 진짜 뉴스인지 가짜 뉴스인지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결국 사회와 단절되는 분들이 많았고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알려드릴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난민 청소년들이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들은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에 이미 익숙한 친구들이었죠.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어르신과 청소년들이 서로 도우며 사는 삶이라니 상상만 해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세 번째 그룹도 모집하셨다고 들었어요.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18-25세 사이 청년이면 좋겠다 했죠. 어르신들과 똑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청소년 난민과 연령대가 비슷하니까 이 두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젊고 건강한 청년들이니 일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역시 다른 두 그룹만큼이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했던 거예요. 온라인상에서는 더 멋진 사람인 척하거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팔로워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없으니 더욱 외로웠고요. 이들이 셀보에 오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어르신들이 고민 상담도 해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고요. 말은 쉽지만, 이 모든 일이 결코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진 건 아니에요. 세 개의 그룹과 워크숍을 여러 번 열어서 당사자들의 생각과 우리 아이디어가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했죠. 우리 생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셀보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 셀보 입주민들은 연령, 문화, 생김새와 상관없이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간다. ⓒJonas Linné



셀보에는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셀보 젊은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좋아하셨어요. 

이 일이 주는 행복이 너무 커서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드라가나 쿠로빅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5호 <시니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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