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이룬 사람입니다
이유정 소플 대표, 지체장애
인터뷰 임나리
사진 영상 김은혜
차별이 허물어지는 순간마다 그 중심에 있었던 하나의 목소리. ‘우리는 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준엄한 외침은 신분 차별에, 인종 차별에, 성 차별에 균열을 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도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을 나와 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정 님은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을 추구한다. 소셜 벤처 ‘소플(SOPLE)’의 대표로서 장애 정보 콘텐츠와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공 디자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플’은 ‘SOME PEOPLE’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어떤 사람’, ‘장애인도 어떤 사람들 중 일부’라는 뜻이다. 이유정 대표를 만나 좋은 공공 디자인에 대해, 그리고 여성으로 청년으로 장애인으로 ‘일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어린 시절에는 디자인이 하고 싶었다.
청년이 되자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소플’의 이름으로 두 가지 일을
모두 아우르는 지금,
이유정 대표는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말한다.
소셜 벤처 ‘소플(SOPLE)’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크게 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장애 정보 콘텐츠 제작인데요. 휠체어를 하나 지원 받으려고 해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절차도 복잡하고, 어르신들은 정보 접근성도 안 좋고... 그래서 영상으로 정보를 쉽게 알려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자막과 수어 통역을 넣어서 배리어프리하게 제작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공공 디자인이에요. 작년에 ‘서울시 공공 디자인 사업’에 선정돼서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디자인을 개발했어요. 마지막으로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작인데, 작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비건들의 수다>의 배리어프리 자막 작업을 진행했어요.
‘소플’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일단 엄청 큰 포부는 없었고요. (웃음) 대학생 때 장애인 학생회에서 활동했었어요. 그때 만난 친구들과 ‘나중에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같이 다니다 보니 이동 문제도 컸고 필요한 것들도 많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이동 관련해서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이야기했었어요. 나중에는 각자 일을 하다가, 제가 마침 생각이 나서 이제 시작해 보자고 친구들한테 연락을 했어요. 다들 흔쾌히 ‘괜찮은데? 하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이전에는 다른 일을 하셨나요?
네. 디자인 관련 일도 했었고 인권 교육 하는 일도 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싶으셨어요?
질문을 받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어렸을 때도 디자인을 하고 싶어 했어요. 항상 노트에 그림 그리고, 그런 게 좋더라고요. 혼자 그림도 그리고 포토샵 공부 노트도 만들었어요. 대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만났을 때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두 가지 일이 만났으니까 ‘그럼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했나요?
일단 디자인 툴을 다뤄야 되니까 계속 공부를 했죠. 컴퓨터 그래픽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따로 일대일로 선생님한테 배우기도 했어요. ‘소플’을 세우기 위해서 처음 했던 일은 ‘장애인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 참가한 거였어요. 그때는 진입장벽이 조금 낮았어요. 창업을 한다고 하면 무게감이 너무 크니까, 경진대회에서 사업 계획서도 작성해보고 필요한 교육도 받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창업을 꿈꾸는 청년 장애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도 장애인 분들은 직업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는데요. 지금도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제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하기 위해서였어요. 장애인 분들은 직업의 선택지가 많이 없기는 하지만, 요새 스타트업이나 장애 관련한 소셜 벤처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장애 당사자가 대표인 경우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사실 장애 당사자 분들이 직접 나와서 목소리도 들려드리고 설계 과정에서 개발하는 게 가장 좋잖아요. 그래서 진짜 창업을 하고 싶은데 망설여지신다면, 장애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지원 제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작업 중인 이유정 님 ⓒMission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