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다가서는 공감하는 교육을 꿈꿔요


류창동 역사교사, 시각장애


인터뷰 임나리

사진 영상 김은혜




분노하기는 쉽고 포용하기는 어렵다. 무례한 언행과 맞닥뜨렸을 때는 더 그렇다. 포용하기 위해서는 찬찬히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 ‘왜 그러한지’ 알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인다. 류창동 님이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러한 태도였다. 국내에서 시각장애인 최초로 역사 교사가 된 그는 ‘장애 공감 교육’을 말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보다,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부대끼는 일상 속에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비장애인들이 나쁘고 악해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류창동 님은 

“교사는 어떤 컨디션에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그가 교직 생활에서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일상 속에서 학생들과 소통할 때다.




인터뷰 중인 류창동 님 ⓒMissionit


현재 서연중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근무하고 계신데요. 2019년에 부임하셨나요?

네, 2019년 초에 임용 합격을 해서 그 해 3월부터 시작을 했고요. 올해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신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공부를 시작한 시점부터 하면 정확히 2년 반 동안 했어요.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해서 2016년에 본 시험은 떨어졌고요. 2017년에도 떨어졌고, 2018년에 1차에 합격을 해서 2019년 초에 2차를 보고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실 때, 역사 관련 대체 교재가 없어서 직접 제작하며 공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제가 대한민국 시각장애인 중에서 첫 번째로 역사 교사가 됐거든요. 이 이야기는 곧 앞서 간 선배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임용 필독 도서를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대체 도서로 제작해야 되는데, 대체 도서라 함은 파일 형태의 도서를 이야기하고요. 그 파일이 있으면 바로 점자로 읽을 수도 있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체 도서 형태로 제작된 역사 임용시험 필독서가 거의 없었어요.


대체 교재 제작은 어떻게 하셨어요?

2016년 하반기에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떤 도서를 봐야 되는지 리스트를 뽑았어요. 그리고 제작된 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국의 시각장애인 복지관이나 점자도서관, 각 대학교의 장애학생 지원센터에 열심히 전화를 돌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아봤는데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제작을 해야 했어요. 제작 기관 한 곳에 몇 십 권을 다 맡길 수 없으니까 여러 곳에 나누어서 맡겼는데요. 역사 관련 책은 한자가 많으니까 제작하는 데 시일이 더 오래 걸렸죠. (제작을) 2016년 7~8월쯤부터 시작했는데, 제가 필요한 필독 도서들이 거의 다 완비된 게 2017년 임용시험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거의 1년 반 동안 제작을 기다리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미 만들어진 책으로라도 공부를 했고요. 사실상 3번의 시험 중에서 (마지막에) 합격했던 시험만 교재가 조금 있는 상태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선생님을 꿈꾸셨나요?

그렇진 않고요. 저는 대학을 선택할 때도 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역사 교육과가 아닌 사학과에 갔어요. 역사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으니까요. 그런데 부모님의 조언도 있었고, 졸업할 때쯤 진로 고민을 할 때 선택지가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학과에서 교직 이수를 했습니다. 그래서 역사 교사 자격을 갖고 졸업할 수 있었는데요. 임용시험도 대학 졸업 후부터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각이 있었다기보다는 찾은 것 같아요.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까 ‘학생들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같이 소통하는 일이 나한테 맞는구나’ 싶어서 대학 졸업 후에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셨다고요. 역사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셨어요?

사실 역사는 공부하는 느낌이 별로 안 들었어요. 제가 1990년대 2000년대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한창 사극을 많이 했잖아요. 사극 드라마들이 되게 재밌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사극을 좋아하셔서 자주 틀어놓으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국사 과목이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 제가 사극에서 본 내용이 다 나오는 거예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은 거죠. (학생들은) 아무래도 내가 익숙하고 자신감이 붙는 과목을 좋아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극을 많이 즐겨 본 영향으로 역사 공부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역사는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이야기이다 보니까,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느낌, 책을 읽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교사로서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일단 교사는 어떤 컨디션에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컨디션에서 수업을 할 수는 없잖아요.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열심히 재밌게 소통할 수 있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그러기 어렵다면,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교사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가르치는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이 언제든 재밌고, 즐겁고, 익숙하고, 그런 사람이 교사가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직접 경험) 해보니까 저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쁘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제가 항상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시간에 부탁하는 게 있어요. 저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디선가 아이들을 마주쳤을 때 얼굴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너희가 먼저 목소리로 나한테 인사를 해줘야 한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초창기에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안녕하세요’라고만 하고 가면 누가 인사를 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첫 시간마다 항상 부탁하는 것이 ‘어딘가에서 나를 마주하게 되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인사를 해 달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해주지는 않죠. 아마 나빠서라기보다는 부끄러워서 그럴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그런데 용기를 내서 ‘안녕하세요, 몇 학년 몇 반 누구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해줄 때, 그때가 제일 뿌듯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뭔가 인정받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비호감인 사람한테는 인사를 안 하고 싶잖아요. 적어도 아이들이 나를 이상한 선생님으로 보고 있지 않구나, 그런 뿌듯함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면서 일상적으로 인사를 해줄 때가 교사가 된 이후에 제일 뿌듯한 순간들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점자로 쓴 롤링 페이퍼를 받기도 하셨죠?

네, 재작년 스승의 날이었는데요. 그때 제가 3월에 점자 동아리를 만들고 두세 번 정도 점자를 가르쳐준 상태였어요. 학생회에서 매해 스승의 날마다 모든 선생님께 짧은 편지를 써서 전달하는데, 그 동아리에 있는 아이들 중에 두 명이 ‘일반 글자로 쓰면 (류창동) 선생님이 바로 볼 수 없지 않겠느냐, 누군가 읽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처음에는 녹음을 해서 줄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지금 점자를 배우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쓴 편지를 점자로 옮겨보자’고 생각했대요. 어느 날 아이들이 점자 연습을 한다고 점자 용지를 열 몇 장 달라고 해서 기특하다고 생각하면서 줬는데, 사실 편지를 옮겨 쓰기 위해서 가져갔던 거더라고요. 그때 3학년 7반 학생들 스물한 명의 편지가 점자로 전달이 됐는데, 그 편지를 적는 데 3일이 걸렸대요. 정말 많은 제자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두 친구들은 저의 첫 제자이기도 하고 동아리를 했던 아이들이기도 하고 또 평생에 잊지 못할 선물을 준 아이들이라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라는 동아리죠? 지금도 인솔하고 계세요?

재작년이랑 작년에는 점자 동아리를 했고, 올해는 스피치 동아리를 만들어서 지난 3월부터 시작했어요. 점자 동아리를 하게 된 계기가, 일반학교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을 접하기도 힘들고 점자를 접하기는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점자를 매개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공감도를 높여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 점자를 가르치면서 중간 중간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동아리 활동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했어요. 점자는 배운 걸 직접 찍어보고, 또 자신이 찍은 걸 읽어보고, 이렇게 실습 위주로 교육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지도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런 한계 때문에 많이 못 알려준 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올해는 2월에 계획을 세울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점자 동아리가 아닌 어떤 걸 해볼까 생각하다가 스피치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교사로서 가장 힘드실 때는 언제였어요?

업무와 관련된 건데요. 환경만 잘 갖춰져 있다면, 안 보이는 사람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거든요. 아까 이야기한 접근성 문제하고도 연결이 되는데, 요즘은 어느 직장이든 전산으로 모든 행정업무가 이루어지잖아요. 학교도 교육청에서 만든 업무 포털이라는 사이트 안에 다양한 시스템이 있어요. 그런데 사이트를 처음 설계하는 단계부터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는 않고 일단 만든 거라, 시각장애인들이 써보니까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약간 리모델링처럼 공사를 해놓기는 했는데 완벽하지가 못합니다.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고려해서 만들었다면 제가 혼자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을, 개발자 혹은 기획자 분들이 놓친 접근성 문제 때문에, 누군가의 눈을 계속 빌려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거든요. 환경만 갖춰지면 혼자 할 수 있는데 자꾸 부탁을 드려야 되고, 그로 인해서 제가 못하게 되는 부분을 다른 선생님들이 나눠서 하게 되고, 다른 선생님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아마 저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많은 선생님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일 거예요. 제 능력과 상관없이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제가 무능력한 사람이 될 때, 그런 순간이 제일 아쉽죠.



류창동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2호 <직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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