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만드는 주거 공간
마티아스 홀위치
뉴욕 HWKN 건축사무소 대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제공 HWKN
마티아스 홀위치는 뉴욕 HWKN 건축사무소 설립자이자 <뉴 에이징: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현명하게 살기>의 저자이다. 30대부터 고령자를 위한 건축 디자인을 고민해온 그는 10여 년간의 전문성을 녹여내어 고령자와 청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플렉스 리브FLX Live라는 공유형 주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세상에 노인은 없다’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듦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마티아스 홀위치 ⓒHWKN
30대 때부터 은퇴 후의 삶과 고령자를 위한 디자인을 고민하셨다고 들었어요. 젊은 건축가로서 고령화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13년 전이니까, 38살이 됐을 때 일명 중년의 위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웃음). 40살이 되면 삶이 달라진다는데 그때를 대비해서 건축가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고요. 또 그때 당시 바로 옆방에서 할머니가 평온하게 돌아가셨는데, 삶의 관점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살던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고령화와 관련된 건축 사례를 찾아봤는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캘리포니아의 양로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80세 이상 어르신들이 끔찍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누구든 은퇴 후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뉴 에이징>이라는 책도 출간하셨어요. ‘나이듦을 다룬 책 중에 가장 파격적이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할까요?
나이가 들었을 때의 삶을 미리 상상해보고, 미래에 맞게 현재의 삶을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이가 들었을 때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때 가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죠. 내가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해요. 예를 들어 은퇴 후에 이사를 해야 하면 좋아하는 식당이나 대형마트가 없는 지역에 살게 될 수 있죠. 운전도 하기 힘들어진다면 결국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시설에서 지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현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노후에 대비해서 강점과 약점을 미리 분석해봐야 해요. 나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고,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어떤 기회와 위기가 찾아올지 파악한 다음 지금의 삶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가 들어서야 고민한다면 선택지가 많이 줄어들겠죠.
누구나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두려움 없이 인정하고, 주도적으로 대비해야 하는군요.
맞아요. 어머니가 77세가 되셨을 때 누나가 아파트를 구입해드렸는데, 어머니는 원래 살던 곳에 지내고 싶어하셨어요. 1년의 설득 끝에 드디어 이사하셨는데, 이사하자마자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고 인공 고관절 수술까지 받아야 했어요. 다행히도 그곳에 누나가 있었고 병원도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옆집 이웃분들도 도와 주셔서 바로 대응이 가능했고요. 미리 이사하지 않고 예전 집에 계셨더라면 3층까지 걸어 올라가거나, 누나와 1시간 떨어진 곳에 지내야 했을 거예요. 결국 요양시설로 가셨을지도 모르죠. 나이가 든다는 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다가올 삶을 고민하고 미리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요.
ⓒHWKN
최근 플렉스 리브FLX Live라는 새로운 공유형 주택 컨셉을 개발 중이신데 위리브 같은 기존 서비스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위리브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뉴욕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100만 개의 마이크로 아파트를 짓는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독일 최대 학생 공유형 주거 서비스 회사와 2,000개의 마이크로 아파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요. 둘 다 흥미로운 작업이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요양시설이나 은퇴 커뮤니티에 들어가고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앞서 말했듯이 저는 다양한 세대가 한 곳에서 함께 지낼 때 가장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플렉스 리브는 생애주기별 필요를 모두 고려했다고 들었어요.
영어로 ‘플렉스flexible’는 유연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름 그대로 유연성이 중심이 되는 평생 아파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곳에서 태어나고 부모님과 지내다가, 독립 후에 누군가와 집을 공유할 수도 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다시 전체 공간을 사용하고, 건물 안에 있는 공유형 오피스에서 일할 수 있죠. 거주 환경을 이렇게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방 두 개로 구성된 아파트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입구가 두 개지만 연결되어 있어서 중간 공간이 공용 거실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필요하면 공간을 원룸 두 개로 구분해서 방 하나는 임대할 수도 있고요. 부자나 중산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곳에서 생의 90%는 보낼 수 있죠. 공간 활용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실험 중인데 사람들마다 활용 방법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여행객에게 일주일 간 방 하나를 무상으로 내주고, 그 기간 동안 서로 음식을 나누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사회적 관계망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같은 나이의 친구가 아닐 수도 있고요.
고령자와 청년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이유죠.
마티아스 홀위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5호 <시니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