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활하기에 편리한 주거공간


박위 유튜버, 지체장애


인터뷰 임나리

사진 영상 김은혜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운영 중인 박위님. 그는 기적을 기다리기보다 기적을 향해 다가서는 사람이다. 2014년 발생한 낙상 사고로 척수 신경이 손상되어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활치료를 이어갔다. 이제 그는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운전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면서 ‘더 큰 기적’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배려와 양보라는 말을 사용하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해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생활하기에 편리한 주거 공간

My Comfortable House


보편성에 기반하여 만들어지는 공간 속에서, 

박위 님이 겪게 되는 장벽들을 무엇일까.

 

이를 통해 모든 이용자가 거주하기에 

편리한 주거 환경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뷰 중인 박위 님, 인터뷰어와 촬영 스태프를 배려하는 모습에 겸손함이 묻어났다. ⓒ missionit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셨을 것 같아요.

네, 확실히 실내에서의 생활이 더 중요해지고 소중해진 것 같아요. 모임을 갖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집에서 하게 되니까, 집이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밥을 먹더라도 (공간이) 조금 더 예뻤으면 좋겠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커피숍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고, 밖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집에서도 가능하면 어떨까 생각되더라고요.


주거공간에서 가장 많이 머무르시는 공간은 방이 아닐까 싶어요. 방에서 활동할 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옷장이 가장 불편해요. 서 있는 사람들의 포지션에 맞춰져 있으니까요. 저는 손이 닿는 높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옷장은 높기도 하고, 위쪽에 있는 섹션은 손이 닿지 않으니까 사용이 어려운 거죠. 막대기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옷을 꺼낼 수는 있어도 다시 집어넣는 건 힘들어요.


운영 중이신 유튜브 채널에 ‘셀프 주유소 이용하는 모습’을 올리셨잖아요. 

영상을 보니까, 터치 패드나 카드 리더기가 높이 설치돼 있어서 사용이 어렵더라고요.

그렇죠. 사실 휠체어를 타다 보면 높이의 제약 말고도 간섭 받는 상황이 생겨요. 앉아 있으면 (상반신에서) 무릎까지의 거리가 생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책상 아래가 막혀있으면 불편함이 있고, 팔을 뻗어서 물건을 집어야 할 때도 훨씬 더 다가가야 되는 상황들이 생겨요.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부엌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어려운데, 예를 들어 서랍을 열면 (서랍이 나오는) 공간만큼 제가 뒤로 가야 되잖아요. 거의 다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주유소 카드리더기 손이 높이 올려야 하는 장면. 

휠체어 이용자에게 높이는 언제나 발생하는 장벽이다.  ⓒ missionit


냉장고나 세탁기를 이용하실 때는 어떤가요?

냉장고나 옷장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요. 높이도 그렇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는 게 어렵죠. 그런 건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감이 안 오네요. 세탁기 같은 경우에는, 저희 집에는 베란다에 설치되어 있어서 제가 다치고 난 뒤에는 세탁기를 한 번도 못 만져봤어요. 베란다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턱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베란다가 그렇게 넓지 않으니까 사용이 어려워요. 휠체어가 한 바퀴 돌 수 있는 공간 정도는 있어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충분한 유효폭이 마련되어야 하죠.


생활하기 편하도록 바꾼 것은 없나요?

저 같은 경우는 높이를 맞춰서 책상을 짰어요. 침대는 템퍼의 욕창 방지 매트리스를 쓰고 있고요. 최근에는 모션 베드를 구매했는데 되게 좋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많이 유용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안방의 화장실 벽을 조금 허물어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 외에는 예전 집 모습 그대로예요.


주거환경에서 더 개선돼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음성으로 형광등을 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형광등 스위치를 누르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침대로 이동하려면 어두워서 위험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휴대폰 불빛을 켜고 이동하는데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불 끄고 자려고 하면 다시 휠체어에 앉아서 형광등을 끄고 와야 돼요. 그럴 때 음성으로 ‘불 꺼줘’라고 해서 조명을 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커튼도 버튼으로 닫히거나 열리면 좋을 것 같고요.


주거공간은 나에게 맞춰서 바꿀 수 있지만 집 밖의 공간은 그렇지 않잖아요. 더 많은 불편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야외에서는 주차장, (진입에 방해가 되는) 턱, 그리고 화장실이 제약이 되죠. 저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주차장이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휠체어를 차에서 꺼내려면 문을 활짝 열어야 되거든요. 장애인 주차 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 구역은 주차할 공간이 있어도 (차에서) 내릴 수가 없어요. 보통 장애인 주차 구역이 있는 곳에는 턱이 없는데, 있는 경우도 있고요. 경사로를 설치해 놨더라도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혼자서 이동하지 못하거나 위험한 경우도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도 필요하고요. 다 이동할 때 고려해야 되는 부분들이죠.


휠체어가 차 문옆에 서있을 수 있는 

충분한 유효폭이 확보되어야 한다. ⓒMissionit


그런 요소들이 비교적 잘 갖춰진 공간이 있나요?

요즘 지어진 쇼핑몰이나 백화점들은 그런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지하 주차장이 있고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돼 있잖아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휠체어에서 타고 내리는 게 많이 불편해요. 비나 눈을 맞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날에는 지하 주차장이 있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쇼핑몰 같은 곳은 장애인 화장실이 잘 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요.


‘이런 도구나 기계가 있으면 진짜 편할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안 만들지?’ 하는 생각 해보셨어요?

혹시 ‘Active hands’라고 아세요? 저처럼 척수 손상을 입은 사람이 만든 회사인데요. 손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의 도구들을 발명해서 판매해요.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는 한 손으로 가위질을 못 하거든요. 그럴 때 쓸 수 있는 두 손으로 쓸 수 있는 가위도 있고요. 손을 끼워서 쓸 수 있는 칼도 있어요. 신발도 파는데, 끈으로 묶는 게 아니라 자석으로 떼었다 붙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 사이트(activehands.com)를 보면 ‘어? 저런 것도 있네?’ 싶은 것들이 있고, 저런 것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운동할 때 이용하는 보조 도구도 ‘Active hands’에서 만든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손에 악력이 없기 때문에 턱걸이가 안 되거든요. 그럴 때 철봉을 잡아주는 도구를 써서 운동을 하는 거죠. 저는 손을 대체해주는 보조 도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재난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주거공간에서 한 차례 

물난리를 겪었다는 박위 님. 


급박한 상황에서 그가 찾은 것은 

비상용 호출벨이 아닌 휴대폰이었다. 


재난 상황에 놓인 이동 약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구와 시스템은 무엇일까.





낙상이라든가 화재라든가, 갑작스레 사고가 일어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될 텐데요.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 있나요?

저희 집에 물난리가 났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 혼자 있었다면 진짜 답이 없었을 것 같아요.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었어요.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화장실 타일이 깨지면서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지고, 그러니까 바로 정전이 됐고, 마침 저녁이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런 재난 상황이 온다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가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박위님 집에서 일어났던 물난리 사건 ⓒ Weracle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은 수월했나요?

조금 답답한 점이 있었는데요. 제가 긴급한 상황을 말하기 위해서 ‘제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전화를 받으시는 분이 ‘부모님이 계시면 부모님을 바꿔달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내가 장애가 있어서 판단을 잘 못 한다고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화가 났었죠. 그래서 ‘부모님은 지금 물을 퍼 나르고 계신다, 전화를 받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빨리 와 달라’고 했는데 그 분이 침착하게 반응하고 대답하면서도 일처리는 빠르게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서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제가 볼 때는 그것도 다 인식의 문제거든요.


버튼을 눌러서 119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호출벨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갖고 계신가요?

전화기 형태로 된 게 있는데요. 한 번도 이용은 안 해봤어요. 비상시에 쓰라고 준 것 같은데 실제로 비상 상황에서 별로 유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걸 제 방에 놓지는 않고 거실에 두었는데, 결국 거기까지 가서 눌러야 되는 거잖아요. 실제로 위급한 상황이 생기니까 그걸 누를 정신이 없더라고요. 전화를 하게 되죠. 그리고 만약에 불이 났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게 휴대폰이고 그 버튼은 불길 속에 있다면, 사실 무용지물이잖아요.


안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119 신고 절차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비상시에는 현재 상황을 침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으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휴대폰 번호를 119에서 알고 있어서 그 사람이 전화했을 때 바로 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박위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호 < 이동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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