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간에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


조서연 학생, 지체장애


인터뷰 김병수, 오세영

사진 영상 김은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명작,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가장 강렬하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단어가 있다. 카르페디엠 Carepediem.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라는 말이다. 조서연님에게 이 단어는 특별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근육병은 희귀병으로 점진적으로 골격근의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중학교 때까지는 잘 걸을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졸업 무렵부터 휠체어를 탔다고 한다.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녀에게는 삶의 동력이 된다.


“저는 갈수록 병이 진행되니까 

지금 순간이 더 소중해요.” 


“현재를 더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주거 공간에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고려해야하는 요소들


팬데믹 이후 주거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거동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을 고려하는 주거 공간의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한 만약의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까.


서연님의 휠체어. 휠체어 디자인도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데에서 그녀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 missionit


요즘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는데, 조서연님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요.

저는 원래도 집에 있는 편이라서 코로나라서 크게 힘든 점은 없어요. 저는 집에서 하는 취미가 많아요. 집 미니어처를 만들기도 하고, 보석 십자수도 하고, 피아노를 치기도 해요. 그리고 코로나라서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나니까 요즘은 SNS를 예전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라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학교 친구들이랑 조금 멀어진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만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리고 학교 축제도 못 보니까 그런 부분이 정말 아쉬워요. 그리고 저는 오픈 채팅방에 근육병 장애인인 친구들 모임이 있는데요. 이 친구들과 함께 일 년에 한 번씩은 정모를 하는데, 올해는 못 모여서 정모도 줌으로 했어요. 코로나로 인해서 살짝 좋아진 점도 있어요. 학교를 안 가도 되니까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좋아요. 저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더 편해요.


코로나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 환경이 중요해졌는데요. 

만약에 혼자 집안에 계실 때 가장 걱정되는 상황이 있다면 어떤 때인가요?

낙상이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저는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지 못해요. 예전에 넘어질 땐 무릎을 꿇으면서 넘어지거나, 엉덩 방아를 찧거나 하는 게 가능했는데 제가 진행성 근육병이다 보니 점점 힘이 약해져서 지금은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더라고요. '이젠 정말 잘못 넘어지면 큰일 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씻을 때 화장실에서 미끄러졌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위험했었죠. 그리고 휠체어에서 바퀴 달린 의자로 몸을 이동할 때 의자가 뒤로 밀려서 넘어질 때도 있었어요.


만약에 집에서 혼자 넘어지셨다면, 낙상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으신가요?

아직은 혼자 있을 때 넘어진 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가족들에게 바로 연락을 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넘어지는 부분이 정말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넘어졌을 때 몸을 일으켜 주는 보조 기기를 사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기기가 너무 비싸서 결국 못 샀어요. 몇 백만원 하더라고요. 아, 제가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애플워치는 사람이 넘어지는 걸 인지해서 119 부르는 기능이 된다고 하니, 이런 웨어러블 제품을 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을 때 걱정되는 다른 안전 관련한 이슈가 있을까요?

집 안에 불이 나는 경우일 것 같아요. 동생 한 명만 집에 있거나, 저 혼자 있거나 하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네요.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선은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119에 연락한 후에 집에서 기다릴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 4층이니까, 문 밖에 나가서 내려가는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를 것 같기도 하고요.


아파트 내에서 집으로 들어오시는 데 장벽이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공용현관은 어떠세요?

1층에 현관 입구에 로비폰이 있어요. 그런데 비밀번호 입력하는 부분이 저에게는 조금 높아요. 서 있는 사람의 높이를 고려해서 그렇게 만든 건데, 저는 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팔을 머리 위까지 높이 들어 올려서 비밀번호를 하나씩 눌러야 하거든요. 정말 어려워요. 비밀번호를 조금 더 낮은 부분에서 누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아래에 보면 발판이 하나가 있어요. 키가 작은 아이들이 발판을 밟고 올라가서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게 놓아 두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발판이 휠체어에 걸리적거려서 번호를 누르기가 어렵거든요. 결국 발판을 치우고 번호를 눌러요. 이런 불편함 때문에 지상층으로 들어오는 날에도 저는 일부러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갈 때가 많아요.


그렇다면 버튼을 물리적으로 누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네요.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주거하고 있는 사용자 얼굴을 인식을 해서 문이 열린다면요?

안면인식이요? 네, 훨씬 편할 것 같네요. 얼굴 인식이 되어서 제가 카메라만 보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비밀번호를 하나씩 누르지 않아도 되니까 훨씬 좋겠네요.


서연님이 거주하는 아파트 공용 현관과 어린이를 위한 발판 ⓒ missionit


아파트 공용현관을 여쭤봤으니 서연님 집 현관문은 어떤가요?

집 현관문은 좋아졌어요. 원래 저희 집 현관문이 굉장히 빠르게 닫혔거든요. 휠체어를 타고 들어올 때 문이 너무 빨리 닫히게 되면 부딪히게 되니 불편하죠. 그래서 천천히 닫힐 수 있도록 아빠가 개조해주셨어요. 그리고 현관문 안쪽에 손잡이도 있었는데, 제가 손잡이 고리 부분에 자꾸 걸려서 휠체어를 탄 채로 집에 들어가는 데 또 부딪히게 되는거에요. 그래서 그 손잡이도 제거하게 되었어요.


도어 스토퍼를 제거한 현관문 ⓒ missionit


현관에서 휠체어로 올라기에 용이하도록 

설치한 경사로 ⓒ missionit

전상실님의 나무 막대는 정수기 버튼까지 팔이 닿지 않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정수기 옆에 항상 놓여져 있다 ⓒ missionit


그러면 실내로 들어가볼께요. 집 안에서는 어떻게 이동을 하세요?

집안에서 움직일 때는 바퀴 달린 회전 의자에 앉아서 돌아다녀요. 일단 휠체어를 제 방까지 밀고 온 다음에 옮겨 앉아요. 발로 직접 밀고 다닐 수 있어서 편해요. 휠체어 대용이죠. 저희 가족은 함께 거실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데요. 가족들은 소파에 앉고 그 때도 저는 이 의자에 앉아서 TV를 시청해요.


서연님이 실내에서 이동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 

바퀴달린 의자 ⓒmissionit


의자가 정말 소중한 아이템이네요. 집 안에서 특별히 개선이 되어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화장실이에요, 저는 샤워할 때는 서서 하는데, 제가 서 있을 때 잡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거든요. 화장실에 보시면 작은 바도 하나 있고 최근에는 세면대 옆에 넓은 나무판자를 깔아놨어요. 지탱하고 일어날 수 있도록이요. 그리고 화장실 들어가는 바깥 옷장에 손잡이가 있어요. 걸어서 화장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부착해놓은 거에요. 근육병이 진행형 이다보니 이렇듯 제 몸에 맞춰서 계속 환경을 바꿔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세면대 옆 넓은 나무 판자 지지하고 몸을 옮기는 용도이다. ⓒmissionit




나의 자동차 탑승 경험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개인적으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갈 때나 먼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가족과 함께 차를 탄다.




외부로 이동하실 때가 궁금한데요. 서연님 가족은 어떤 차를 이용하고 계시나요?

가족 구성원 중에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특별한 차를 탈 것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죠. 저희는 일반적인 승용차를 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차에 타려면 트렁크에 휠체어를 따로 넣어야 하는데요. 휠체어 무게만 해도 40kg 정도라서 굉장히 무거워요. 아빠는 휠체어를 분리해서 트렁크에 집어넣으실 수 있는데, 엄마는 너무 무거워서 혼자 못하세요. 그래서 엄마랑 둘이 차로 외출을 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저는 혼자 자동차에 탑승을 하는게 불가능해서 차를 탈 땐 누군가 저를 들어서 좌석에 앉혀줘야 앉을 수 있어요.


자동차 탑승 경험을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싶은데요. 우선 승차 하실 때는 어떠세요?

이건 자동차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인 사항인데요. 차 문이 다 열리지 않고 절반 정도만 열리는 게 불편해요. 제가 휠체어에서 자동차 좌석으로, 다시 좌석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다 보면 차 문이랑 부딪힐 때가 있거든요. 차 문이 보통 90도로 확 열리지는 않잖아요? 조금 더 활짝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안전벨트에요. 제가 팔에 점점 힘이 없어져서 벨트를 매고 버클에 꽂는, 힘을 주어야 하는 과정이 힘들죠. 그래서 보통은 동생들이 도와줘요.


정말 도움이 필요하겠네요. 그렇다면 탑승 중의 경험은 어떠신가요?

차 타고 있을 때 자세가 불편해요. 저희 가족이 타는 차는 세단이다보니 무릎이 살짝 올라가도록 좌석이 경사져 있어요. 그래서 보통 책상용 의자에 앉을 때처럼 허벅지가 바닥과 평행한 게 아니라, 앉아있을 때 제 무릎이 위쪽으로 살짝 올라가게 되죠.그 부분이 불편해요. 앞 좌석도 똑같더라고요. 그리고 뒷 좌석과 앞 좌석의 간격이 여유 있으면 좋겠어요.


말씀을 들어보니 몸에 맞춤이 되는 좌석이 있으면 좋겠네요. 하차 시에는 어떠세요?

내릴 때도 조금 어려운데요. 차에서 내릴 때 다리를 빼고, 그 후에 몸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차는 앞 좌석과의 공간이 좁아서 그런지 이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예전에 탔던 엄마 차는 SUV 였어요. 그 차 같은 경우는 차체가 높아서 문 열고 나올 때 다리를 빼는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어요. 그리고 하차 때 제가 가장 어려운 점은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차에서 내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차에서 내릴 때는 엄마, 아빠가 허리를 숙이셔서 저를 들어야되니 허리가 아프시죠.


차를 타고 고속도로 휴게소도 자주 들리신다고 하셨는데, 휴게소 이용은 편리하게 되어있나요?

요새 휴게소 내에 휠체어, 보행기, 유모차 등이 미리 마련되어 있어서 좋더라고요. 원래 휴게소를 이용할 때 수동 휠체어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휠체어를 트렁크에서 꺼내야만 했거든요. 다시 차에 탈 때는 휠체어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야 하고요. 번거로웠죠. 예전에는 이런 수동 휠체어가 휴게소에 마련되어 있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요즘에는 휴게소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덕분에 차에서 내릴 때 편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다만 불편한 점은 위생시설이에요. 휠체어에서 옮겨 앉아야 하거든요. 집 화장실에서는 휠체어에서 변기로, 또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게 혼자서도 가능한데 밖에 나가면 엄마가 도와주셔야 하니까 엄마가 목이랑 허리, 어깨가 다 아프죠. 외부 위생시설에서도 제가 혼자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다면 좋겠네요.



조서연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호 < 이동 >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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