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삶의 변화들


조재범 SW프로그래머, 시각장애


인터뷰 신연선

사진 영상 김은혜




1살 때 유아차에서 낙상 사고를 당해 시각장애인이 되었어요. 사고로 인한 장애이지만 시기적으로 본다면 선천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죠. 원래는 양쪽 눈 모두 시력이 없었는데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오른쪽 눈의 망막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어요. 현재는 오른쪽 눈에만 약간의 시력이 있는 저시력 장애에요. 초, 중, 고등학교 모두 시각장애인 특수 학교를 다녔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헬스키퍼로 근무하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퇴직했어요.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중이에요. 교육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요즘 저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요.




코로나19가 가져온 삶의 변화들


코로나로 인해 조재범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원래 헬스키퍼로 일하고 있었는데 작년(2020년) 7월에 퇴직했어요. 헬스키퍼는 계약직이었고, 퇴직은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동으로 하게 된 건데요.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퇴직 후에 새로운 진로를 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었던 것 같아요. 헬스키퍼 업무가 아무래도 대면이다 보니 코로나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또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자격증을 가지고 헬스키퍼로 활동을 하는데 채용은 충분하지 않고요. 코로나19 이후로 고용이 훨씬 줄기도 했고요. 퇴직 이후에 많이 들었던 생각은 다시 헬스키퍼로 취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직업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였어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이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해서 결심을 했죠. 그래서 지금은 코딩 교육을 받고 있어요. 지금은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집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 to 6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코딩 작업을 하고 계시는 조재범 님 ⓒMissionit


새로운 직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코로나가 중요한 키워드였군요. 요즘 코딩 수업을 받으실 때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저는 시력이 나빠서 화면을 확대해서 봐야 하는데요. 오히려 지금처럼 가까이서 화면을 보며 수업을 따라 하는 편이 오프라인보다 더 편한 것 같아요. 오프라인 수업은 강사가 강의실 앞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강의를 하잖아요. 화면도, 강사도 멀리 있으니까 보기가 불편하거든요. 다만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지금은 노트북 2대, 태블릿PC 1대를 사용하는데, 한 화면에 화상 강의와 소프트웨어를 다 켜놓으면 저한테는 화면이 너무 작아서 불편해요. 코딩은 전체를 보는 게 중요한데 저는 코딩 수업을 들을 때 화면 전체를 볼 수가 없어요. 저는 일일이 ‘돋보기’ 기능을 사용해 확대해서 봐야 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코딩을 할 때보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그래서 한 대는 소프트웨어만 켜놓고요. 태블릿PC로는 강의 화면을 봐요. 나머지 노트북 한 대는 강의를 녹화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도 장애인들이 디지털 기기나 장비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강의 화면을 확인할 때 쓰는 태블릿 ⓒMissionit


코로나로 인해 조재범 님의 삶에 불편한 부분이 생겼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장 불편한 것은 명부 작성이에요. 어딜 가든지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QR코드로 체크하는 방식이 편한데 어떤 곳은 수기로만 작성하도록 하더라고요. 그런 곳에 가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기록하는 칸을 보면 되게 작잖아요. 저는 왼쪽은 시력이 아예 없고, 오른쪽만 시력이 조금 있기 때문에 시야가 굉장히 좁아요. 명부를 작성하려면 그때마다 종이를 가까이 봐야 하는데 힘들어요.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이라도 코로나 이후 명부 작성을 수기로만 해야 하면 아무래도 덜 가게 돼요.


코로나 이후에 집안에 계신 시간이 늘어나신 만큼 안전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집안에 있을 때 안전 문제로 고민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있죠, 저희 집은 세탁기가 집 안에 있어요. 그 뒤로 수전이 있는데요. 이 집으로 이사 온 당일 세탁기 설치를 하면서 수전을 연결한 건데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거예요. 결국 그날 바닥 전체가 물바다가 됐어요. 다행히 설치해 주신 분이 다 수습해 주셨고, 젖은 것들도 다 말려서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그것 때문인지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물에 대한 노이로제가 생겼어요. 집에 들어와서 발을 내디디면 물이 첨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종종 들어요. 그래서 CCTV를 사용한 적이 있고요. 그때는 정말 수시로 CCTV를 확인하고, 혹시 바닥에 물이 흥건하진 않은지 확인했어요. 몇 달을 그랬죠.


이사 와서 설치하다가 집안이 물바다가 되어버렸던 세탁기 ⓒMissionit


화재에 관해서는 어떤가요?

가끔 ‘불멍’을 하고 싶어서 에탄올 난로를 피워요. 예쁘잖아요. (웃음) 예쁘긴 하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까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소화기를 늘 구비해두고 있어요. 난로 외에도 요리하다가 불이 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소화기를 챙겨두는 편이에요. 기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까 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집의 모든 콘센트에 다 기기가 꽂혀 있는 상황이라서요. 화재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해요.


조재범 님 집에 있는 소화기 ⓒMissionit



조재범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호 <이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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