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모빌리티와 주거공간


한희수 작가, 지체장애


인터뷰 김병수

사진 영상 김은혜




행복의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신생아 때 앓게 된 황달의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를 가지게 된 한희수 님은,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할지 고민한다. 며칠 전 갑작스레 넘어져서 피멍이 든 무릎에 약을 바르면서도 '조금 있다가 마카롱을 사 먹어야겠다’ 하면서 마음을 컨트롤한다. 중추신경 손상으로 몸의 중심을 잘 잡기 어렵고 힘이 없어 흔들고 걷기도 하는데, 오랜 기간 숙련된 그림 솜씨 덕분에 손의 힘은 센 편이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자신만의 그림 그리는 방법을 터득해 나아가는 그에게 장애는 약간의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이 아니다.




나의 소중한 이동수단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려운 한희수 님에게는 세바퀴 자전거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노인이나 임산부 등에게도 개인용 모빌리티 수단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세바퀴 자전거를 타는 한희수 님 ⓒMissionit


주로 자전거로 이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자전거를 구매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래는 자전거를 못 타요.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는 몸의 중심 잡는 게 어려워서 넘어지며 배우는 게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그런데 걷는 것도 잘 안 걸으려고 하니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자전거를 타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세 바퀴 자전거를 찾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세 바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지나가면 젊은 사람들은 신기해했죠. 그런데 아주머니들은 반색을 하더라고요. 얼마 줬느냐고 묻기도 하고요. 지금은 밖에 나가면 세 바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요. 홍보를 하고 다닌 셈이었죠.


어른용 세바퀴 자전거는 어떤 점이 좋은가요?

아무래도 바퀴가 세 개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죠.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잖아요. 그리고 뒤의 두 바퀴 때문에 폭이 넓으니까 차가 가까이 붙지 못한다는 점도 좋아요. 오토바이도 멀찍이 떨어져 지나가니까 좋고요. 그런데 부피가 너무 크기도 해서 조금만 줄였으면 해요. 아무래도 자전거로 급경사 길에서는 다니기가 힘들고요. 인도가 기울어진 곳에서는 세 바퀴 자전거도 기울어져요. 가끔은 넘어질 때도 있어요. 자전거 무게에 눌려 몸을 빼지 못하고 바동거리고 있으면 지나가시는 분들이 도와주시기도 해요. 감사하죠. 넘어졌던 곳을 다시 지나갈 때는 은근 겁이 나요. 그럴 땐 내려서 몇 걸음 걷고서 다시 타곤 해요.


자전거 외의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실 때는 어떠신가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제가 걷는 게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내릴 것처럼 일어나주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핸드폰이 더 발달하면서 모두가 핸드폰을 보며 앉아있다 보니 양보를 해 주는 일들이 줄어들었어요. 지금은 보통 연세 드신 분들이 비켜 주시곤 해요.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앉으라고들 하세요. 죄송해서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연세 드신 분들 앞에는 서 있지 않으려 해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시는 것 같은데요. 버스 이용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웬만해선 버스를 타지 않아요.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더 힘들거든요. 정거장마다 브레이크를 밟는데, 저는 그에 따라 계속 흔들리니까요. 기를 쓰고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버스도 내가 손잡이를 놓길 바라는 것처럼 흔들리니 힘들죠. 사람들 때문에 안보이 니까 제가 내리는 중에 출발하는 때도 있고요. 또 제가 청각장애 가 있다 보니 버스가 덜컹거려 시끄러운 와중에 안내 음성이 나 오면 알아듣기가 힘들어요. 그러면 또 자막을 봐야 하고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가급적 버스는 안 타려고 해요.



1인 주거에 필요한 가전제품 


가전과 가구가 옵션으로 제공되는 원룸은 생활하는 이가 원하는 대로의 배치가 어렵다. 한희수님이 지금 살고 있는 집 또한 싱크대와 세탁기가 일체형으로 비치되어 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한희수님은 “어떤 구조가 사람이 생활하기에 편한지 중점을 두고 설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계단을 오르는 한희수님 ⓒMissionit


장애를 가진 분 중에 혼자 생활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래서 공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1인 가구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봐주셨으면 해요.


지금 사용하시는 제품 중1인 가구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전기압력밥솥 뒤의 물받이를 확인하라는 음성을 알아듣기까지 한 달이 걸렸어요. 한 번씩만 말해주니까 빨리 못 알아들은 거죠.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음성과 문자 중 무엇이 편한지 물어보고 제작해 주는 서비스가 생기면 좋겠어요.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도 청각장애인이 편하게 쓸 수 있게 진동 리모컨으로 알려주면 편할 것 같아요.


리모컨을 사용하는 제품을 쓰고 계시나요?

지금은 에어컨 하나예요. 그런데 리모컨 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제품은 있어요. 창문 걸쇠를 조작하는 장치에 리모컨 기능이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 생활할 때, 꼭 리모트컨트롤 기능이 생겼으면 하는 영역이 있으신가요?

몸이 힘들고 아파서 누워있을 때 제가 원하는 걸 대신해 주는 게 있다면 편하겠지요.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몸이 힘들어졌을 땐 그런 기능을 저 스스로가 필요로 하고 찾을 거예요. 지금은 그저 그림 그리다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물 끓여줘’ 한마디면 커피포트에 플러그를 꽂고 알아서 스위치가 눌러지는 것 정도가 좋겠네요.


그렇다면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실내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지금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은 세탁기예요. 세탁기 오른쪽 옆에 벽이 있고요. 맞은편에 현관문이 있어요. 그런데 세탁기 문이 왼쪽에 달려서 벽과 문의 사이가 굉장히 좁아요. 그 사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할 일을 해야 하죠. 싱크대와 세탁기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생긴 문제지만요. 세탁기 문을 필요에 따라 반대편의 로 바꿔 달 수 있다면 편하겠어요.


냉장고는 1인용으로 쓰신다고 들었는데, 충분한 크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비하면 냉동식품이 다양하게 나오는 편이잖아요. 냉동 고도 냉장고의 반이 넘는 크기로 넓어야 한다고 봐요. 더 작으면 곤란해요. 제 생각인데요. 무거운 가구나 선반 위에 올려놓고 쓰는 옆으로 된 냉장고가 나오면 좋겠어요. 오른쪽에는 냉장고, 왼쪽에는 냉동고 식으로요. 그러면 제가 허리를 구부리거나 바닥에 쭈그리고 앉지 않아도 되니까요. 앞으로 과학이 훨씬 더 발달한다면 필수영양소가 응축된 제품이 생기겠죠. 그러면 큼지막한 냉장고가 필요 없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그렇게 되면 지금의 소형 냉장고보다 더 작은 냉장고가 필요하겠지요? 그 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앉아서 써야 하는 냉장고보다 서서 쓸 수 있는 1인용 냉장고라면 어떨 것 같으세요? 예를 들어 주방 테이블에 놓고 쓰는 냉장고가 있다면 편할까요?

제 키가 162에요. 그래서 제 키보다는 크면서 냉동고 공간이 지 금보다 더 여유 있는 거면 좋겠네요. 주방 테이블에 놓고 쓰는 냉장고가 있다면 자주 꺼내 먹는 음식을 넣기 좋겠어요. 필요에 따라 가까운 곳에 옮겨다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용하시는 보조 도구가 있으신가요?

과거에도 현재도 생활할 때 쓰는 보조도구는 없어요. 그런데 아 나 다리가 약해질 테니까 그때는 바닥에서 무얼 해야 한다면 바 퀴 달린 보조의자를 쓰지 않을까 싶네요.


바퀴 달린 보조의자는 어떤 점이 유용할 것 같으세요?

쪼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무얼 하다가 물건을 가져오느라 이동해야 할 때 편할 것 같아요. 그냥 바닥에서 밀기만 하면 이동할 수 있고, 힘들게 앉았다 일어섰다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한희수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호 <이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