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만드는 놀이터


이연재 독일공인놀이터 전문가, Y-Playlab 대표


인터뷰 신연선

사진 김병수



인터뷰 중인 이연재 님 ⓒMissionit


생각하게 만드는 놀이터를 만든다 


독일 놀이터의 경험은 한국과 어떻게 달랐나요?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궁금해요. 

독일은 우선 놀이터의 개수 자체가 많아요 어디를 가도 가까이에 놀이터가 있어요. 놀이터의 형태도 저마다 다른데요. 저희 아이도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 했어요. 아이가 “엄마, 어떻게 놀아야 돼?”라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묻는 게 반가웠어요. 뻔하지 않아서 스스로가 놀이 방법을 고민해하는 순간인 거잖아요. 독일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놀이터가 많은 것 같아요. 또 놀이터마다 구성이 달라요. 놀이터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놀이터를 관리하는 구청, 시청 등에서 각자 그들 지역의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지 깊이 고민했다는 의미죠. 


같은 놀이터라 해도 그곳에서 노는 아이들을 고려한 곳과 단순히 일률적으로 조성한 곳에서의 경험은 완전히 다를 거예요. 

아이들은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만 놀 수 있어요. 독일에서는 보호자들이 아이들 노는 걸 간섭하지 않는 편이에요. 다만, 아이들에게 절대 안 되는 것, 가령 다른 아이한테 피해 주거나 누구를 괴롭히는 것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허용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보호자가 아이가 다치지 않게 잘 도와준다는 의도로 놀이를 제약하고, 가르치잖아요. 아이들은 스스로 놀면서 실패도 배우고, 시행착오 과정을 겪을 기회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놀다가 살짝 다치더라도 스스로 다음을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유연한 기다림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독일의 경우 보호자들의 그 단호한 제약과 넓은 허용심 덕분에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아지거든요. 더불어 그 공간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훨씬 즐겁고요. 한국은 놀이기구들이 정확하게 세팅되어 있잖아요. 그런 놀이터가 아니라 여기서 무엇을 할지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의 여지가 있어서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진짜 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요? 

생각하게 만드는 놀이터, 어린이들이 정말 즐거워 보이는 놀이터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예를 들면 양쪽에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 그것을 밧줄로 연결해 놓은 구조물이 있어요. 조심스러운 아이는 밧줄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건너가겠죠. 용감한 아이는 밧줄에 거꾸로도 매달리고요. 어떤 아이는 그 밧줄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기도 해요. 아주 단순하게 기둥 두 개를 밧줄로 연결해둔 것인데 다양한 놀이 방법이 나올 수 있는 거죠. 미끄럼틀만 해도 올라가는 곳과 내려가는 곳을 여러 곳 만들었어요. 덕분에 돌계단으로도 올라갈 수도 있고, 잔디 밟고도 갈 수도 있고, 밧줄로 올라갈 수도 있죠. 아이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그것은 보호자가 곁에 붙어서 “너는 그거 못하니까 이리로 올라가”라고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일 거예요. 내 신체 능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거니까요. 이것이 자립심과도 연결이 되거든요.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 캠페인이나 책에서, 혹은 어른들이 말하는 것보다 교육적인 효과도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터는 어디였나요?

‘킨더호스피스 (불치병을 앓는 어린이 병원)’에 설치된 놀이터예요. 그곳은 신체적인 고통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도, 정신적인 아픔을 받아들이고 투병하는 아이들도 있는 곳인데요. 아픈 아이도 마찬가지로 그저 뛰어놀고 싶은 어린이죠. 그런 아이들이 이용하는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세요? 보통의 놀이터와 똑같은 모습이에요. 미끄럼틀도 있고, 그네도 있고, 무대도 있고, 모래놀이터도 있죠. 병원의 놀이터이기 때문에 휠체어용이 별도로 있다거나 유아용 놀이기구만 있다거나 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거든요. 다만 미끄럼틀의 경사도가 비교적 낮고, 그네에 누워서 타거나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는 기능이 있고, 보조 기구를 이용해서 지나갈 수 있는 보행길이 있는 식인데요. 그곳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포근한 분위기였어요. 나무와 풀들이 햇살과 어우러지고, 나무 그대로의 색 덕분에 눈이 편안해서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너무나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그곳에서는 아픈 어린이가 형제와 친구들도 함께 놀고, 조금씩 더 도전할 수 있어요. 그것이 재활을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할 것은 물론이고요. 그게 놀이터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국의 어린이 병원에 그런 놀이터를 꼭 만들고 싶어요. 


귄터 벨치히의 인터뷰 중에 장애 “아이를 위한 디자인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조금만 변화를 주면 된다”라고 말한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저라면 제가 가진 장애가 확연히 티 나는 놀이터라면 가기 싫을 것 같아요. 통합놀이터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디자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눈에 보인다면 이미 차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언뜻 보기엔 평범한 놀이터처럼 보이지만 신체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는 아이, 잘 들리지 않는 아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편안하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고민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귄터 선생님과 저의 공감점이었어요. ‘시니어 놀이터’라는 노인 놀이터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어요. 저는 그것 역시도 분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모든 세대가 같이 놀 수 있는 놀이터이면 어떨까요? 통합놀이터는 그냥 진짜 다 통합을 하는 거예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놀이터에 데리고 가는 아이들도 많은데 노인분들을 위해 일상 근육을 키우는 기구들이 골고루 놀이터에 있으면 되죠. 이게 통합놀이터 아닌가 싶어요.




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놀이터


독일 놀이터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노는 모습을 자주 보셨나요? 

놀이터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하는 그네를 타는 모습보다는 휠체어나 이동보조 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그것에서 벗어나서 놀고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기억나는 모습이 별로 없었던 게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그냥 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독일에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고 유치원 아이 중에도 있었지만 모두 어울려 같이 놀고 있었고 누가 장애가 있는지 특별히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다양한 장애의 종류를 파악하고 알아차릴 정도가 못돼서 일 수도 있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것도 장애가 되지만 놀이터에서는 아니죠. 그냥 함께 어울려 놀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몇 번 만난 아이들은 그냥 함께 노는 친구가 되는 특별한 마법의 공간이죠. 


통합놀이터를 고민할 때, 놀이터에 어떤 기능을 더하고 뺄지 고민하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서로 마주 보고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려요. 

자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일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어른도 즐길 수 있어야 하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도, 청소년들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죠. 이것을 위해 바로 디자인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눈높이가 낮잖아요. 이들은 높은 데서 보고 싶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경사로를 통해서 나무 위에 지어진 나무집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상상할 수 있죠. 거기에 망원경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한다면요. 그것은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다만 접근하는 방법만 다르게 디자인을 하면 그것이 통합놀이터라고 생각해요.


Missionit



이연재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3호 <놀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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