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우선이 되는 공간
코디 골드버그 G Cody QJ Goldberg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인터뷰 박윤주
사진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공간 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목표로 삼는다
아이들이 가진 장애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주 거대한 놀이터를 만든다면 가능하겠지만, 보통은 규모에 제한이 있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대신에 ‘모든 사람 간의 교류’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집중합니다. 최소한 모두가 같은 수준의 접근성을 가질 수 있다면 함께 놀 기회가 생깁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그에게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사람과 정확히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우선은 한 공간에 함께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와 사물의 교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입니다. 내 아이 하퍼가 모든 공원에서 모든 것을 다 체험할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에 올 수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뺄수록 더해진다. 놀이는 놀이기구들 사이의 빈 공간에서 자주 일어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빈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노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껏 많은 놀이공간들을 관찰해 왔습니다. 아이들은 디자인 의도에 맞춰 기구를 사용하면서 놀기보다는 기구 주위를 둘러싸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어요. 공터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세요. 공 하나로 몇 시간씩 즐겁게 놀고는 하죠. 놀이는 벤치나 나무 아래에서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놀이공간과 활동을 결정하기를 원하니까요. 좋은 놀이공간은 시소나 그네처럼 고정된 물체로 가득 찬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놀이의 형태는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과 취향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장애 여부와는 관계없이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레슬링이나 잡기 놀이를 하면서 놀아요. 반면에 그런 것보다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상상력을 펼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요. 다양한 형태의 놀이가 있는 것입니다. 나이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기도 하고요. 이런 다양성을 담기 위해서는 빈 곳이 필요합니다.
하퍼스플레이그라운드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물리적 초대 Physically Inviting, 사회적 초대 Socially Inviting, 정서적 초대 Emotionally inviting를 이끌어내는 공간입니다. 이런 사항이 고려될 때 모두를 환영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이 세 가지를 ‘기준’이라 불렀는데 최근에 이들이 ‘원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기준 Standards이 엄격한 규칙을 담은 리스트라면 원리 Principles는 본질에 가깝습니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지금까지 만든 놀이터 중 어떤 것이 가장 깊게 마음에 남나요?
우리의 첫 작품인 하퍼의 놀이터 Harper’s Playground에요. 사랑을 많이 담은 공간입니다. 아내와 제가 지금의 운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우리가 놀이터를 만드는 전 과정에 참여한 곳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에도 가장 많이 참여했고 시공에도 참여했죠. 하퍼의 놀이터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 공간입니다. 참 특별한 곳이죠. 우리에게는 쇼룸이기도 해요. 오늘 우리 동네에서 인터뷰를 했다면 이 놀이터에서 했을 거예요.
하퍼의 놀이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맺어 만든 도쿄 스포츠 놀이터 Tokyo Sport Playground입니다.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왔죠. 우리의 메시지가 세계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애초에 이것을 위해 시작한 일이니까요. 하퍼가 진단을 받았을 때 세상이 하퍼에게 얼마나 힘든 곳일지를 빠르게 인지했고,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요. 도쿄 프로젝트는 우리가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죠. 그래서 우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하퍼의 놀이터, 그리고 국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 도쿄 스포츠 놀이터가 특별히 마음에 남아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만나고 함께 놀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놀이터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좋은 디자인은 포용력 있는 만남을 늘릴 수 있어요. 우리는 장애를 이해하고 있지만, 장애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요. 전형적 발달 아동 Typically Developing Children이라고 하죠. 정상 아동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정상성이란 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런 아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정신적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놀이터는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이니까요.
아이들은 이미 포용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잃은 건 오히려 어른이죠. 어른들과 일을 할 때는 “불가능하다”,“비용이 많이 든다”와 같은 말을 들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죠. 아이들에게 일단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면 아이들은 함께 놀 방법을 찾아내요. 누구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이나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지는 않잖아요. 세상을 살면서 배우는 거죠. 놀이터는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배우지 않도록 방지해 줄 수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아이들이 자연적으로 가진 포용력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품은 놀이터는 포용력을 가진 아이를 기를 거예요. 이런 믿음이 놀이터를 넘어 회사, 학교, 가정으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곳이 급진적으로 포용성 있게Radically Inclusive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퍼스 플레이그라운드
코디 골드버그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3호 <놀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