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훅 초등학교
리빌딩의 교훈
제이 브로트먼 Jay Brotman
스비걸스 파트너스Svigals + Partners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Svigals + Partners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Connecticut 뉴타운 마을New Town의 샌디 훅 초등학교Sandy Hook Elementary School에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5년 후,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자리에 아픔을 딛고 학교가 다시 세워졌다. 지역주민 및 학부모들과 오랜 논의 끝에 세워진 샌디 훅 초등학교는 방어를 위한 요새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습 환경이라는 컨셉으로 리빌딩되었다. 제이 브로트먼은 그것이 셉테드 디자인의 본질이라 말한다.
제이 브로트먼 ©Svigals + Partners
샌디 훅 초등학교 재건축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샌디 훅 초등학교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학교가 폐쇄됐어요. 다행히 인근 학교가 비어 있어서 학생들이 모두 장소를 옮겨 20일 만에 수업이 재개됐죠. 그다음에는 원래 건물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했어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건물의 위치이기도 하죠. 장소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새로운 부지를 찾을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이 학교가 이곳 마을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게 되면서 결국 본래 위치에 학교를 다시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사고로 아이들을 잃었는데 학교 건물마저 흔적 없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다고 해요. 저희가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전에 결정된 사안이지만 독특한 과정을 거친거죠.
원래 위치에서 과거의 아픔을 덮어쓰기로 했다니 깊은 의미가 있네요. 그래도 지역주민들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학교는 요새처럼 짓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건축 회사를 공개 선발할 때 후보 중에 그런 시안을 제출한 곳이 대다수였죠. 끔찍한 일을 겪은 직후였으니 그럴 만도 했어요. 학교에 벽을 쌓고 울타리를 세워서라도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나 건축가로서, 또 디자이너로서 요새 같은 곳에서 다음 세대를 양성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햇빛, 자연, 그리고 커뮤니티예요. 모두 요새와 정반대 되는 요소죠.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 때는 누구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 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앞을 가로지르는 레인가든은 샌디 훅 초등학교를 대표하는 요소가 되었다. 차량 출입을 자연스럽게 통제해 외부 침입자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보안장치 역할을 한다.
©Svigals + Partners
학교 건물 앞 레인가든rain garden도 사실은 보안장치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학교 앞을 가로지르는 이 커다란 연못은 사실 중요한 안전 레이어에요. 아이들은 전혀 모르지만요. 누구든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다리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걸어 들어오는 사이 누가 학교로 들어오려고 하는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샌디 훅 초등학교를 대표하는 요소가 됐어요. 코네티컷주는 비가 많이 오는데 학교 지붕에 고이는 빗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었어요. 외부 침입자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었고요. 현장 엔지니어, 조경 디자이너와 의논 끝에 학교 건물과 주차장 사이에 레인가든을 짓기로 했어요. 물은 깊이가 1 미터 정도 되게 했고 그 위로 5 미터 너비의 다리를 3개 놓았습니다. 3개의 다리는 각각 학교 출입구로 연결되죠. 요즘 미국 정치인들 중에 학교 출입구를 하나만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요. 모든 방문객이 같은 문을 통과해야 침입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대원이 들어오려면 기본적으로 입구가 하나 이상이어야 합니다.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후문도 필요하고요. 샌디 훅 학교는 출입구가 총 3개지만 침입자 이동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안전하게 만든 거죠.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레인가든은 보안장치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꽃과 바위가 있는 아름다운 학습 환경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분위기가 전환됩니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비가 오면 레인가든에 물이 채워지고 땅으로 재흡수 되면서 순환을 이룬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죠. 야외 수업을 하면서 학교 앞 식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저장된 빗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면 부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레인가든은 저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디자인이에요. 다른 학교 디자인에 적용하고 싶을 정도로요. 심플한 방법이지만 안전과 미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잡은 거죠.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은 아이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디 훅 초등학교 로비 한쪽 벽에는 날아가는 오리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데, 건물 내 곳곳에 이렇게 자연을 연상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담았다.
©Svigals + Partners
제이 브로트먼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