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누군가의 ‘집’이다


칼핏 아샤르 & 마유리 시소디아

Kalpit Ashar & Mayuri Sisodia

매드 인 뭄바이 건축사무소MAD(E) IN MUMBAI Architects
공동 창업자co-founders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MAD(E) IN MUMBAI



건축가 칼핏 아샤르Kalpit Ashar와 마유리 시소디아Mayuri Sisodia는 무분별하게 계획되는 도시 환경과 시민들의 열악한 삶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은 집보다 도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집으로서 도시’는 어떤 환경을 갖추어야 할까? 이들의 프로젝트는 이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다. 칼핏 아샤르는 바르셀로나에서, 마유리 시소디아는 런던에서 각각 건축을 공부하였고 이들의 터전이었던 뭄바이Mumbai를 더 지속 가능하게 바꾸기 위해 매드 인 뭄바이 건축사무소MAD(E) IN MUMBAI Architects를 설립하였다. 



©MAD(E) IN MUMBAI


특별히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저희의 프로젝트는 공중화장실에서 시작하지 않았어요. 먼저 도시 전체를 이해하려고 했죠. 뭄바이의 거리 풍경과 조경을 분석하고 정부가 각종 공공시설을 어떻게 짓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봤어요. 그중 하나가 화장실이었습니다. 먼저 인도 도시계획 건축의 현실을 설명하고 싶어요. 지난 10년간 뭄바이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는 대부분 지하철이나 교량을 짓는 대규모 솔루션으로 진행됐어요. 건축가이자 도시계획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모순적인 상황이죠. 도시 생활을 뒤바꿔 놓을 만한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정작 안전이나 시민들의 일상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안타까운 상황이었네요. 당시 공중위생 프로젝트는 어땠나요?

공중위생 프로젝트도 대부분 뚜렷한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 쪽에는 도시의 수로가 지나가는데, 다른 한 쪽에는 아직 사람들이 컨테이너 집을 짓고 사는 식인 거죠. 그 사이에는 이도 저도 아닌 역 공간liminal space이 생기고 금세 쓰레기장이 돼버렸습니다. 잘못된 도시 설계로 취약한 공간이 생겨버린 거죠. 도시가 방향성이 없는 난잡한 환경이 되는 거예요. 시민들도 여러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고요. 


도시 차원의 접근이 화장실 디자인의 고민으로 이어진 거네요.

인도에서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집보다 도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집은 잠깐 자러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도시가 누군가의 집이 된다면 도시는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MAD(E) IN MUMBAI




인도 전역에 거쳐 화장실 현장답사부터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상황을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였어요. 스와 흐 바랏 인도 사업으로 정부가 지은 공중화장실을 하나씩 둘러보기로 했죠. 인도 전역에 걸쳐 500개 이상의 화장실을 답사했습니다. 정부가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공중위생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500개 이상의 화장실을 방문하셨다니 대단하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었나요?

인상적이었던 곳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외로운 화장실’ 부터 떠오릅니다. 출입문이 아예 없는 썰렁한 곳이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니 사람들이 화장실 건물 외벽에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죠. 충격적인 현실이었지만 모두가 애써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가짜 창문 화장실’도 있었어요. 화장실의 기본은 환기인데 환기시설 대신 페인트로 창문 그림을 그려 넣은 곳이었죠. 정원 안에 지어진 ‘위장술 화장실’은 심지어 주변의 자연을 없애버리고 외벽에 나무 사진을 걸어놨어요. 어떤 화장실은 정부의 지시로 ‘화장실이 없으면 장가도 못 가요’라는 문구가 적혀있거나, 화장실을 후원한 이들의 정치적 선전물을 설치하기도 했어요.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죠. 


©MAD(E) IN MUMBAI




“화장실인데, 화장실은 아닌” 이라는 표현이 인상깊습니다. 매드 인 뭄바이가 인도 공중화장실 사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선구자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웃음).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를 시도한 기관이 많이 있었어요. 최첨단 기술로 스마트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곳도 있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최신 기술을 조금 낯설어 했어요.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곳도 많았고 시민들은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안에 갇힐까 두려워하기도 했고요. 전구, 수도꼭지 같은 부품을 훔쳐가는 사람도 많아서 결국 폐쇄된 곳도 있고, 화장실을 여전히 공학 차원으로만 접근하려는 기관도 많았고요. 반면에 저희는 늘 건축가의 시선으로 도시 내에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인 동시에 도시와 유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도시마다 고유한 조건과 기능을 생각하다 보면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재미있는 장난감이 되기도 해요. 

건축가의 아이디어로 이리저리 자유롭게 깎아낼 수 있는 

조각상 같기도 하죠. 저희가 지은 화장실은 

도시마다 디자인이 각각 달라요. 

맞춤형 솔루션을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칼핏 아샤르 & 마유리 시소디아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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