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 건축
아난드 소네차 Anand Sonecha
씨랩SEALab 대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SEAlab
러빙 커뮤니티Loving Community는 인도 바스트랄Vastral지역에 위치한 한센병 환자촌이다. 이 곳 주민들은 사회적 차별과 멸시를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화장실과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 살고 있었으나 장마철에는 그마저 물에 잠겼다. 매년 다시 짐을 꾸려 마을회관으로 옮겨가거나, 물이 고인 방 안에 벽돌을 쌓아올려 그 위에서 지내기도 했다. 2018년 NGO 마나브 사드하나와 영국 드 모퐁트 대학De Montfort University의 후원으로 주택 재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리드 건축가로 임명된 아난드 소네차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을 통해 저예산으로도 효율적인 건축을 진행했다.
©SEAlab
러빙 커뮤니티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나요?
러빙 커뮤니티는 인도 아마다바드Ahmedabad시의 외곽 지역인 바스트랄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어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했죠. 그 뒤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러빙 커뮤니티는 인도의 한센병leprosy disease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에요. 한센병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이 따라다녔던 질병이죠. 한센병 환자들을 도시 밖으로 쫓겨났고요. 러빙 커뮤니티도 인도 곳곳에서 이주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1968년에 인도 정부가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지낼 수 있도록 땅을 제공했어요. 주변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운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죠.
침수 피해가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잘못된 공사의 결과였군요.
맞아요. 침수 피해는 아마다바드시가 점점 확장되면서 시작됐어요. 외곽에 위치했던 바스트랄 지역도 어느새 도시의 일부가 되었는데 제대로 된 배수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전에 도시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죠. 사람들이 건물을 산발적으로 짓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운하가 있는 구역의 지대를 높이는 바람에 러빙 커뮤니티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지대가 됐어요. 또 마을 주변의 도로가 점점 개발되면서 집의 지대가 도로보다 더 낮아지는 상황도 발생했죠. 그 후로 장마철마다 이 지역만 범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마을 주민들은 짐을 꾸려서 근처 마을회관에서 지내야 했어요.
대리석 찌꺼기, 시멘트, 색료를 배합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바닥 타일을 제작했다. 덕분에 자재 값을 줄이고 투입된 예산을 커뮤니티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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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군요. 제한된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이 모두 커뮤니티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티 안에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커뮤니티 소속 주민을 프로젝트 개발자로 고용했습니다. 동시에 자재 값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이 예산으로는 비싼 자재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그때 당시 저의 건축가 지인들은 대리석 찌꺼기를 재활용해서 바닥 타일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이들을 초대해서 기술 개발 워크샵을 진행하고 주민들과 함께 바닥 타일을 직접 제작했어요. 한센병 환자들은 고용의 기회가 거의 없거나 고용이 된다고 해도 낮은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습니다. 하루 임금이 1.5달러 밖에 안 되죠. 집주인이 직접 타일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자재 구입 비용도 절감하고 주민들에게 인건비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주거공간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게 된 거죠.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러빙 커뮤니티 주민들의 참여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열어서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어느 부분을 바꿨으면 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했죠. 덕분에 집을 한 채씩 지을 때마다 디자인을 계속 보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로서 동의하는 부분은 바로 수정했죠. 하지만 채광과 환기시설 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집집마다 작은 안마당을 지어서 빛이 들고 공기가 순환되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간 낭비라며 맘에 안 든다고 했거든요 (웃음). 그래도 계속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았죠. 마당 대신 지붕을 열어서 빛이 들어오게 설계한 집도 있었어요.
주민들의 이야기에 정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셨군요. 피드백이 디자인에 실제로 반영됐나요?
총 14채의 집을 지을 예산이 한 번에 지급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두 채의 집을 짓고 주민들이 몇 달간 직접 지내보게 했어요. 피드백이 오면 그 다음 두 세 채의 집을 지을 때 반영하는 식이었죠. 제한된 예산 덕분에 오히려 디자인이 점진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었어요. 굉장히 민주적인 절차였죠. 우리 디자인에 동의하는 주민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주민도 있었는데 그런 다양한 반응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표준 유닛만 하나 만들어서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듯 반복하지 않았어요. 각 가족의 구체적인 필요에 맞춰서 한 채씩 다르게 디자인한 거죠.
채광과 환기를 위해 만든 안마당. 열대 기후가 나타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안마당이 소중한 자산이다. 높은 기온으로 뜨거워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안마당은 야외 부엌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SEAlab
아난드 소네차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