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이듦을 만드는 자존감
남궁은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김기태
남궁은하 교수는 노년층과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형평성에 주목한다. 지난 10년간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사회적 지위나 성별이나 연령에 차별 없이 서비스가 공정하게 제공되고, 마찬가지로 이들이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연령,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전 생애주기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남궁은하 ⓒmissionit
통계청 자료를 보니 60세 이상의 경우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낮고, 자살률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고령 인구는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령 세대의 삶의 질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시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복지제도가 발전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현재 노년기에 접어든 분들이 혜택을 많이 못 받기도 했죠. 이제서야 여러 가지 서비스가 생겼고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칭찬받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국민연금제도도 있는데요. 연금이 어르신들의 주 소득원이지만 전국민 연금제도는 1999년도에야 시작됐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전체 노인 인구 절반 정도에요. 가입한 지 20년 이상 돼서 꽤 괜찮은 수준의 연금을 매달 받는 노인은 5%도 안 되고요. 그러니까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분들은 기초고령연금이나 다른 복지제도에 의존해야 돼요. 아니면 나이 들어서도 일해서 돈을 벌거나 자식에게 의존해야 하는 거죠.
개인에 따라 복지제도 혜택의 편차가 크네요. 어르신들의 사회적인 고립은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고방식의 변화도 매우 중요한 이유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지난 50년간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잖아요. 경제와 사회가 급변하다 보니 현재 만 65세 이상인 분들도 익숙했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계속 적응해야 하는 거죠. 80세 이상 노인 분들은 일제 강점기도 겪어서 유아기, 아동기 시절에 젊은 세대가 상상하지 못할 시간을 지나왔어요. 그런 경험들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쌓일 수 있죠. 또 예전에는 자식과 부모가 같이 살면서 가족끼리 유대하는 게 당연했지만, 점점 전통적인 의식이 약화하고 노인 부부나 노인 1인 가구가 정말 많이 늘었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어르신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고 정서적인 외로움이 나타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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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이 분들의 삶에 어떻게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쓰고 청년, 중년층도 이미 휴대폰에 익숙해져 있죠. 그런데 현재 80대 이상인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휴대폰 없이 사는 데 불편함이 없으셨던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굳이 스마트폰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필요성이 낮을 수도 있고요. 반면 60대 초반 분들은 디지털 기기를 상당히 잘 다루시잖아요. 이분들이 점점 더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 약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고난도의 디지털 기기 말고 스마트폰 정도는 익숙해지는 노인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죠. 그런데 저소득층 어르신들 중에는 디지털 기기조차 없는 분들도 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다세대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집에 와이파이가 없는 분도 계신 거예요.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같은 것들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사회복지사들이 어려워했던 경험들이 있었어요. 저소득 노인이 당면한 문제는 세대가 지나도 우리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바뀌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와이파이 자체가 없으신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제대로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기기나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고령자 비율이 점점 낮아지지 않을까요?
네 평균적으로 더 낮아질 거예요. 그런데 디지털 지식과 기기를 갖게 되는 사람은 많아지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최근 고령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효과와 한국 고령자의 정서적 웰빙 수준에 ‘자존감’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쓰셨는데요. 초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삶을 고려한 디지털 기술이 어떤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활용되면 좋을까요?
자존감의 중요한 요소는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이고, 어디에든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에요. 또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도 중요합니다. 평상시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화장실 사용이나 대면 활동, 식사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도움을 받기 시작할 때, 결정적으로 자존감이 저하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제품이나 기술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노력으로 할 수 있다면 좋고요. 특히 화장실은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자존감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같이 근력이나 체력이 약해진 분들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식사와 조리를 위한 주방 환경도 혼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구성되어야 하고요. 실내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외향적인 어르신들은 스스로 기회를 찾아내며
외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행복감을 느껴요.
따라서 이분들을 밖으로 불러낼 기회가 될 만한
공간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남궁은하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5호 <시니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